“지난 임기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교회 가르침과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화를 재개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입니다.”
교황청 문화교육부 차관보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가 6일 언론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대화 의지를 밝혔다. 이례적으로 교황청에서 먼저 대화 의지를 표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교회 사이에는 여전히 시각차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이민 정책이다. 특히 이주민 사목에 앞장서 온 미국 교회는 이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을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회 지원으로 운영 중인 이주 지원기관인 ‘희망 국경 연구소(Hope Border Institute)’의 딜런 코빗 이사는 ‘미국 가톨릭 언론(National Catholic Reporter, NCR)’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주민 정책과 관련한 발언들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그의 뜻은 이주민들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예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성명을 통해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고향을 떠나온 이들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것은 도덕적·법적·외교적·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미국이 자랑스러운 이민의 역사를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반이민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회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화석연료 개발·생산 확대를 공약하고 파리 기후변화 협약 재탈퇴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생태환경 운동을 이끌고 있는 ‘가톨릭기후협약(the Catholic Climate Covenant)’과 ‘찬미받으소서 운동(the Laudato Si’ Movement)’은 6일 공동 성명을 내고 “현재는 물론 미래 세대에게 더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난 4년간 마련한 기후정책의 기조가 앞으로도 지속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보호하고 우리 공동의 미래를 돌보는 도덕적 문제이지, 당파적·정치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정권 교체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교황청의 외교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탈리아 정치 평론가 마시모 프랑코는 8일 언론 기고를 통해 “앞서 트럼프 정부는 교황청이 중국과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도덕적 권위를 잃을 위험이 있다’는 주장을 펴며 불편함을 표현한 바 있다”며 “이런 행태는 2기 행정부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황청은 “기존 접근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밝혔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의) 대화는 작은 단계이지만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는 외부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