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와 일본 나가사키대교구가 일본교회 조선인 복자 카이요(カイヨ)와 순교자 고이치 디에고의 순교 400주년을 함께 기념했다.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요한 보스코) 주교는 11월 15일 오전 9시 일본 나가사키 26성인기념관 성필립보성당에서 두 순교자의 순교 400주년 기념미사를 주례했다. 이 미사는 나가사키대교구장 나카무라 미치아키 대주교와 전임 교구장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가 공동 집전했다.
또 사단법인 한국여기회 이사장 박영일(바오로) 신부와 여기회원들, 일본교회에 파견 중인 대구대교구 남시진(스테파노) 신부 등이 미사에 함께해 양국교회 일치를 위해 기도했다. 한국여기회 순례단은 일본교회 순교 역사를 배우기 위해 11월 11일부터 이날까지 일본 성지순례를 진행했다.
미사 강론에서 나카무라 대주교는 “두 순교자와 함께 우리도 하나의 손을 맞잡고, 하나 되어 사랑하고 용서하자”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 모두 하나 되어 받아들이고, 기도하며,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자”고 당부했다.
미사 후에는 26성인기념관 내 두 순교자의 현양비에서 헌화 예식이 거행됐다. 이 현양비는 대구대교구와 나가사키대교구가 2016년 공동으로 세우고 축복한 바 있다. 두 교구는 서로 가장 가까운 나라이자 순교신심을 기반으로 성장한 교회라는 공통분모에서 오래전부터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복자 카이요와 순교자 고이치 디에고는 에도 막부의 가톨릭 박해에 의해 1624년 11월 15일 나가사키에서 함께 순교했다. 임진왜란 때 포로로 일본에 끌려갔던 조선인 카이요는 예수회 선교사 모레혼 신부(Pedro Morejon)를 만나 세례를 받았고, 선교를 돕던 중 체포됐다. 농부였던 고이치 디에고는 선교사를 숨겨준 죄로 옥에 갇혔다. 같은 감옥에서 만난 두 사람은 모진 고문에도 신앙으로 깊은 일치를 이뤘다. 두 사람은 화형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하느님과 성모님을 외치다가 순교했다. 복자 카이요는 1876년 7월 7일 시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