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정체성 재확립과 쇄신의 시기…21일 ‘축성생활의 해’ 개막

(가톨릭신문)

한국 남녀 수도회 전체가 함께 준비한 특별한 1년이 시작됐다.


한국교회 축성생활의 해가 11월 21일 개막해 2025년 10월 28일까지 이어진다. 개막 미사를 비롯해 여러 일정이 예정된 가운데 남녀 장상들은 앞으로의 1년이 한국 수도회가 스스로 반성하고 쇄신함으로써 한발 더 나아가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 회장 나현오(현오레지나) 수녀는 “수도생활을 한다는 건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과 가까워져 기쁨과 희망 가득한 삶을 사는 참 신앙인이 되기 위한 것인데, 현대 사회에서 수도자들이 그 희망을 따라가기 힘들어해 온 게 사실”이라며 “우리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과 함께 기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기쁨을 세상에 증거하는 수도자의 ‘정체성’을 되찾고자 하는 게 축성생활의 해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예정된 일정도 이러한 취지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남녀 수도회 움직임을 보여준다. 우선 축성생활의 해 개막미사는 12월 22일 오후 2시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다. 이후 2025년 남녀 수도자를 대상으로 4월과 9월 4차례에 걸친 평화순례가 이어진다. 평화순례는 축성생활의 해를 사는 남녀 수도자들이 이 시대 시급한 과제인 평화의 필요성을 직시하고, 수도자들 스스로 ‘평화의 표징이자 도구’가 되자는 취지다. 제2땅굴과 평화전망대, 국경선 평화학교 등을 방문한다.


4월부터 11월까지는 23차에 걸쳐 ‘평화와 일치를 위한 성직자, 수도자 묵주기도 피정’이 열리며, 피정은 축성생활자 개인의 ‘회심’(metanoia)을 도모하고, 변화와 쇄신, 평화와 일치를 목표로 한다. 피정엔 교구 성직자들도 참여할 수 있다. 또한 7월 21일부터 22일까지는 ‘유흥식 추기경과 남녀 수도회 장상들이 함께하는 시노달리타스 경청 피정’도 마련된다.


수도자뿐 아니라 신자, 청년들을 비롯한 교회 구성원들과의 소통 시간도 마련한다. 2025년 5월 10일부터 11일까지 ‘수도자 큰잔치 with WYD’와 ‘오세요(OSEYO, Open Space Every YOung)’가 예정돼 있다. ‘오세요’는 모든 청년에게 신앙 축제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로 찬양과 토크콘서트, 고민 상담소 등이 내용으로, 9월에도 한 번 더 개최한다. 또 전국 4개 교구(서울, 대구, 부산, 광주)를 매주 순회하며 관심있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하는 ‘평화의 길을 걷는 희망의 순례자들’ 학술 심포지엄도 9월에 열린다.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사무국장 김태완(야고보) 신부는 1년간 이어지는 행사에 대해 “외부로 드러나는 행사에 치중하기보다는 축성생활의 해가 추진된 배경이기도 한 수도자 스스로의 정체성 재확립과 철저한 반성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