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기후 협정, 공동의 집 선익 위해 이뤄져야”

(가톨릭신문)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13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회의에 보낸 메시지에서 ‘야심 찬 기후 협정’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오늘날 무관심의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은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국제 사회가 “인류와 우리의 ‘공동의 집’의 선익을 중심에 두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번 제29차 총회가 “다자간 협상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나라들 사이에 벽을 쌓으려는 위험한 경향” 속에서 열리고 있음을 우려했다. 교황은 “개인적, 국가적, 권력 집단의 이기심이 상호 불신과 분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서로가 긴밀하게 연결된 지구촌에서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호의존적인 세상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OP29는 특히 기후위기에 대한 범지구적인 대응을 거부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후 기후위기 대응의 미래가 불확실한 가운데 개막됐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 주요 세계 지도자들이 불참하면서 기후위기 대응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 상태다.

 

 

교황은 ‘창조 질서의 보전’이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라고 경고하고, “지금까지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볼 때, 더 이상 기후위기 대응이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30년대 말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줄이는 목표를 통해 19세기 말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1.5°C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보호가 평화와 정의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강조해 온 교황은 메시지에서 가난한 나라들의 부채 탕감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 특히 2025년 희년이 “결코 갚을 수 없는 부채를 탕감할 기회”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황은 이것이 “관용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로, 북반구는 남반구에 대해 “진정한 ‘생태적 부채’를 지고 있다”며 이는 “특정 국가들이 오랫동안 자연 자원을 불균형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런 맥락에서 기후위기와의 싸움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문제가 COP29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라며, 이를 위해서 수 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황은 기후 재난에 취약한 가난한 국가들을 포함해 모든 나라가 저탄소 개발과 공평한 자원 공유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새로운 국제 금융 구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