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부국은 빈국에 ‘생태 부채 갚아라’

(가톨릭평화신문)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설치된 COP29 개최 기념 구조물. OSV

“개인과 국가, 권력 집단의 이기심은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 하나로 이어진 지구촌이라는 같은 터전 위에서 한 가족으로 살아가고 행동해야 할 우리의 소명에 부응하지 못한 채 불신과 분열의 풍토만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부유한 국가들의 이기심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위기 극복과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전 세계의 단합을 촉구했다. 교황은 11~22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통해 전한 메시지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기후위기를 유발한 가장 큰 원인을 ‘자본·부유한 국가의 이기심’에서 찾으며 회개와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13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대독하고 있다. OSV



교황은 먼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부채 탕감과 새로운 국제금융체제 수립을 요청하며 기후 재난과 마주하고 있는 가난한 나라들 지원책 마련을 요청했다. 교황은 “현재의 부유한 국가들이 과거에 내린 수많은 결정이 현재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부유한 국가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기후위기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가난한 나라들의 부채 탕감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것은 ‘너그럽게 도와주는 문제’이기에 앞서 정의의 문제”라며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는 개인과 권력 집단의 이기심을 몰아내고 생명 존중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정의와 연대의 원칙에 기반을 둔 새로운 국제금융체제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발언은 국가 간 발생한 ‘생태 부채’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사이에 천연자원 착취, 상업적 불균형으로 인한 부채들이다. 교황은 이를 지적하며 ‘인간 중심의 금융 체제’와 ‘기후 재원 마련’ 등 해결책 마련을 요청한 것이다.

교황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생명·인간 존엄성 존중 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하자”고도 당부했다. 교황은 “불균형한 경제 발전은 불평등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가장 취약한 이들에 대한 보호를 희생하면서 이윤과 개별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도록 조장한다”며 “이는 결국 환경문제를 점진적으로 악화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로운 생활방식의 결과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하고, 전 지구적 관점에서 해결책이 제시되도록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조물 보호, 가장 시급한 문제

교황은 “COP29는 다자간 기구에 대한 환멸이 커지고 서로 장벽을 쌓으려는 경향이 증가하는 위험한 상황 속에 개최됐다”며 “(정치 성향을 떠나) 피조물 보호가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이것이 평화 수호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에) 무관심할 여유조차 없는 시급한 상황에 처했다”며 “COP29가 ‘야심 찬 합의’를 이끌어내 진정 포용적인 발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교황청은 모든 이의 미래를 지켜나갈 책임을 이행하는 데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