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디애나 주 그린우드에 있는 가톨릭 학교 SS. Francis and Clare of Assisi School의 교장 레베카 스톤이 9월 23일 연방교육부가 선정하는 ''내셔널 블루 리본 스쿨''에 선정된 것을 축하하고 있다. 블루 리본 스쿨은 연방교육부가 시행하는 우수학교 인증 프로그램이다. OSV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권 침해 문제가 불거진 뒤 지역 학생인권조례가 잇따라 폐지돼온 가운데, 22대 국회에서 학생인권 보장에 관한 법안이 발의돼 논란을 빚고 있다. 차별금지 사유에 간접적으로 ‘성적(性的) 지향’을 포함하는 이른바 ‘학생판 차별금지법’ 발의에 교회도 동요하고 있다.
9월 더불어민주당 김문수(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생인권 보장에 관한 법률안’(이하 학생인권법) 제2조 5항에서 학생인권은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법률에는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를 명시한 국가인권위원회법도 포함돼 있다.(제2조 3항)
앞서 학생인권법은 한 차례 발의됐다가 종교계의 반대로 철회됐다. 이번에 재발의되면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란 표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국가인권위법을 준용하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기 의지보다 ‘남을 따라’ ‘호기심’에 흔들릴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제3의 성에 대한 차별 금지를 명시한 개념이 제시되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청소년기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한 차별 금지를 법제화했을 경우, 자칫 동성애 행위와 인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는 “다양한 심리학 이론에서 ‘성적 지향을 형성하는 데 청소년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학생인권법에서는 이같은 고려가 전혀 없다”며 “마치 태어나면서 주어진 성별을 청소년 시기 성적 지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청소년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다분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한 이유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인간다움’의 참된 의미를 알 수 있는 생명윤리를 교육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교수 최준규 신부도 “모든 학생이 존엄한 존재로서 인권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법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이는 반드시 생명과 도덕적 가치에 기반을 둬야 한다”며 “학생의 성적 지향 자체는 죄가 될 수 없으나 교회는 동성애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므로, 관련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사랑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훈육에 있어서도 인격 존중을 기반으로 잘못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김경이(클라라) 부교수는 “인권 존중의 실현은 법과 제도가 있다고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서로 존중하는 인식과 태도가 삶에 스며들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실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와 교사·학생들은 학생인권법이 생명교육의 문화를 조성하는 데 어떻게 작용할지 함께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가톨릭 교육자들은 생명을 위한 교육이 실현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의무라는 인식을 지녀야 한다”고 전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