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학교 1학년인 강소진(13·가명)양은 스스로 ‘이방인’이자 ‘외톨이’라고 여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가 중국 한족이라 자신도 중국 국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마저 편집형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사실이 아닌 내용에 근거해 다른 사람이나 집단으로부터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질환이다. 현재 강양은 살레시오수녀회 도움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학교에 다닌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 탓에 앳된 얼굴에 늘 그늘이 져 있다.
강양의 부모와 외할머니는 2010년 일자리를 찾아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 충남 천안에 정착했다. 이듬해 겨울 강양이 태어났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나날이 심해진 까닭이다. 남편의 폭행을 견디지 못한 강양의 어머니는 도망치듯 이혼하고 강양과 외할머니와 함께 서울로 이주했다.
한국어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그녀에게 세 식구를 부양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친정 어머니가 어린 딸을 돌봐주면 마음이라도 편했겠지만, 당뇨와 간 경화로 몸을 건사하기 힘든 상태라 불가능했다. 외국인이라 의료보험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강양의 어머니는 생활비와 의료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강양은 3살 때부터 살레시오수녀회가 위탁 운영하는 다문화 어린이집에 맡겨졌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강양 어머니의 몸과 마음은 약해져만 갔다. 조현병까지 발병했지만, 생업 때문에 제대로 치료할 여유조차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랫동안 지병에 시달리던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강양의 어머니 병세는 급격히 악화했고, 일하던 식당에서도 내쫓기듯 잘리게 됐다. 그런데도 약 복용을 거부하던 어머니는 좀처럼 새 일을 구하지 못한 채 거리를 방황했다. 그나마 세례 대모와 본당 공동체가 작은 도움을 베풀어준 덕에 생계는 유지했지만 오래 버틸 순 없었다. 결국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조현병 증상이 심해져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홀로 남겨진 강양은 어린 나이에 막막하고 겁이 났다. 월세도 다달이 밀렸지만, 외국 국적이라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유일한 살 길은 자신을 가족처럼 신경 써준 살레시오수녀회에 의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강양도 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하기에 많은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남다른 가정사 때문인지 유달리 말수가 적고 어른스러운 강양은 오로지 책을 벗 삼아 날마다 몇 권씩 읽으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많은 독자를 웃고 울리는 유명 작가가 되는 게 꿈이란다.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 병을 고치고 싶어요. 그래서 엄마도 제가 쓴 책을 재밌게 읽으면 좋겠어요.”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이미영 수녀 / 서울나자렛집공동체 원장, 살레시오수녀회
“소진이 가족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던 차에 가톨릭평화신문에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라는 따뜻한 코너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눔을 호소하게 됐습니다. 소진이가 희망을 품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독자분들께 도움을 요청하며 기도드립니다.”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강소진양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0월 13일부터 19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