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외교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박태균 가브리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가톨릭평화신문)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앞으로 들어설 트럼프 정부 2기의 정책은 어떻게 전개될까? 1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함께 이전 공화당 정부의 대외정책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를 모토로 미국 내 산업 진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폭 축소를 가장 큰 목표로 내세웠다. 그는 기존의 다자무역기구와 다자무역협정에서 탈퇴하거나 소극적 입장을 보였고, 중국에 대해 통상 압박을 가했다. 아울러 보호무역주의 기조 하에 제조업 공장들의 미국 이전을 강요했다. 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친환경 정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이러한 정책은 과거 공화당의 닉슨 행정부와 레이건 행정부·부시 행정부에서도 경험했다. 공통으로 수입 관세를 인상하고 수입제한조치를 실행하였으며, 미국 내 기업들에 특혜를 주었다. 1970년대 초 면직물 쿼터제, 1980년대 일본 자동차 수출할당제, 2003년 철장제품 긴급수입제한조치 등이 그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공화당 행정부에서 공통으로 주한 미지상군의 감축 내지는 철수를 추진했다는 점이다. 닉슨과 아버지 부시·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감축 정책과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한국 정부에 이양하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었다. 미국의 군비를 감축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비를 줄이기보다는 동맹국에게 군비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전 공화당 정부와는 다르지만, 좀더 솔직하면서도 직설적이고, 미국의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정책이기도 하다. 평택에 들어선 미군기지의 규모를 본다면, 주한미군이 쉽게 철수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에 대한 부담금 요구액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자신들의 비용이 들어가는 전쟁을 멈췄다. 아이젠하워는 한국에서 정전협정을 체결했고, 닉슨은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 부시는 걸프전을 최소한의 비용과 최단 시간으로 끝냈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려고 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의 틀을 만들었다. 2%의 군비 지출을 지키지 않으면 NATO에서 탈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핵 문제 역시 해결하려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의 개입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이기에 북미회담이 시작되어도 한국 정부가 끼어들기 쉽지 않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 시기가 떠오른다. 1994년 북미 사이에 제네바 합의가 이루어졌다. 한국 정부는 이 합의에 반대했다. 가치외교를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정부는 북미 합의로부터 소외되었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의 대가로 지어주기로 한 경수로에 한국 돈이 투입되었다. 돈은 돈대로 쓰면서 한반도의 안보에서는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중요한 전환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김영삼과 클린턴, 김대중, 노무현과 부시, 이명박, 박근혜와 오바마. 한국과 미국 정부의 정책이 서로 안 맞았던 시기가 적지 않지만, 그래도 잘 버텨왔다. 이번에는 또 어떻게 평화와 번영을 유지해 나가야 할까?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박태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