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g 초미숙아, 생명의 기적

(가톨릭평화신문)
예찬이 성장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예찬이의 퇴원을 맞아 부모와 주치의 오문연 교수(맨 오른쪽) 등 의료진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임신 36주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온라인 영상이 터져 나오기 직전인 지난 5월 31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512g의 예찬이가 태어났다. 예찬이가 엄마 뱃속에서 머문 기간은 22주 5일. 평균 임신기간 40주에 비해 4개월이나 빨리 세상으로 나온 초미숙아였다.

“결혼 후 수 년 만에 어렵게 생긴 첫 아기입니다. 임신 후 특별한 증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출산해야 했습니다. 생존율 30% 정도란 말을 듣고 남편과 가족들 모두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입원 초기 예찬이는 융모양막염과 녹농균 감염 등으로 혈압조차 측정하기 어려웠고, 면역력이 약해 온몸의 피부도 다 벗겨져 있었다. 폐도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가슴 안에 공기가 차는 기흉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수차례 응급 흉강 천자 시술을 했다. 폐동맥 고혈압으로 고비를 넘겼고, 눈의 망막 혈관이 잘 발달되지 않아 생기는 미숙아 망막병증 수술도 해야 했다.

그래도 예찬이는 잘 버텨줬다. 엄마는 수유를 시작했다. 아기가 자라면서 삽입된 위관을 통해 스스로 빨아먹기 시작했고, 양이 점점 늘어나 작은 젖병도 한 번에 비울 수 있게 됐다.

마침내 10월 29일 예찬이가 퇴원하는 날. 엄마는 5개월 만에 3.68㎏으로 자란 예찬이를 안고 “맘마 먹자”며 젖병을 물렸다. 엄마는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병실 면회 때마다 의료진들이 아기 상태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힘이 나는 좋은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병실에서 예찬이 백일도 챙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주치의 소아청소년과 오문연 교수는 “예찬이가 무사히 잘 자라줘 고맙다”며 “협진해주신 모든 의료진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수익성 없는 분야를 피하지 않고 신생아중환자실을 설치해 선천성 질환, 미숙아 등 중증 신생아를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특히 성인 손바닥 크기 정도의 초극소 미숙아 중에서도 임신 22주~23주에 불가피하게 태어난 400~500g의 이른둥이를 다학제 협진을 통해 치료하고 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