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내비게이션을 켜서
(가톨릭평화신문)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나 먼 곳으로 가려면 먼저 차량을 꼼꼼하게 살피게 된다. 연료는 충분한지, 부속품에 이상은 없는지를 점검한다. 그런 다음 운전자는 차량에 올라 계기판과 거울의 위치들을 살핀 다음 시동을 거는데 출발 전에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다. ‘내비게이션 켜는 것’.
초행길이면 더욱 그렇고, 익숙한 곳이라도 여러 정보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데, 목적지 입력은 필수 단계다. 큰 범주의 목적지 또는 언저리를 입력하면 다음 단계 작동이 안 된다. 정확한 목적지를 입력했을 때, 설령 운전자가 다른 길을 들어선다 해도 가야 하는 길로 안내한다. 내비게이션에 정확한 목적지를 입력하는 것이 그 여정의 시작이며 안전한 여행 끝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완성일 것이다.
신입생 입학 전형을 거쳐 우리 학교에 입학이 결정된 어린이와 학부모들은 입학 전에 학교장을 만나게 된다. 예비 신입생과 그 부모에게 축하 인사와 환영의 만남을 하는 것이다. 재학생의 동생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첫째 또는 외동이다. 예비 신입생이나 예비 학부모 모두 생애 처음으로 초등학생이 되고, 그 학부모가 되는 것이라 설렘이 담긴 긴장과 호기심이 있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기만을 바란다’면서도 ‘뒤처지지 않고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도 놓지 않는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말로 다할 수 없이 넓고 깊다. 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은 실로 고귀하고 놀랍다.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제때에 알맞게 담겨야 하는 다양한 양육의 표현은 부모로서의 막중한 책임이고 신중한 선택일 것이다. 과도하게 현재에 집중하면 부모도 자녀도 혼란스럽고 힘겨울 것이며 다음 성장 단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자녀 양육의 목적이 정확하다면 그 여정을 끊임없이 수정하더라도 큰 맥락을 놓치지 않고 마침내 그곳에 도달할 것이다. ‘자주적이고 독립된 성인이 되는 것’이라는 양육과 교육의 목적지에 말이다.
박원희 수녀(노틀담 수녀회) 인천 박문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