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안전 보장이다

(가톨릭신문)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을 넘어서 대치 국면에 이르렀다. 직접적으로 상대를 무기로 공격하는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적대하는 전단과 오물 풍선, 확성기를 동원한 밤낮 없는 비방, 전쟁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정치 지도자들의 무책임한 발언들은 민족 모두를 무력 충돌의 언저리까지 몰아가고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가 11월 5일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힘의 논리보다는 상호 간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자고 호소했다. 호소문은 특히 남북 지도자와 정치인, 정책 결정자들을 향해 “국가의 첫 번째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라며 “지도자들은 전쟁의 참극이 일으키는 고통을 자기 자신의 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대소사는 모든 국민이 함께 책임져야 하지만, 의사 결정과 실행에 있어서의 결정적인 책임은 정부를 포함한 정치 지도자들의 몫이다. 호소문이 상기시키고 있듯이, 남북 정치 지도자들이 과연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대규모 파괴와 대량 살상으로 이어지는 현대전은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엄청난 결과를 자아낸다. 한쪽이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모두가 패배한다. 그러니 정치 지도자들은 민족 간에 무력 충돌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말아야 한다. 비오 12세 교황이 말했듯이 “평화로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전쟁으로는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에 대한 희망을 찾기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평화를 희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