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 신부의 사제의 눈] 바티칸판 ‘우비 소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가톨릭평화신문)

호돌이는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의 마스코트였다. 1982년 서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마스코트를 공모했다. 장승·인삼·첨성대·금관 등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많은 캐릭터가 제안되었는데, 최종 후보에는 호랑이와 토끼가 올랐다. 당시는 군인이 나라를 다스리는 군사정권이었다. 조직위는 세계인들에게 군사정권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를 바라며 호랑이보다는 토끼가 선정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의 최종 선택은 호랑이였다. 그후 디자이너 김현의 손을 거쳐 호랑이는 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가 된다.

그로부터 30년 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는 ‘수호랑’이 됐다. 공교롭게도 서울 올림픽의 호돌이와 같은 호랑이다. 이번에도 동계올림픽 조직위는 마스코트 공모를 했는데, 최종 후보로 진돗개와 호랑이가 올랐다고 한다. 1988년에 호랑이를 했으니 이번엔 진돗개로 하려고 보니 일본 시바견 등 다른 나라 토종견과 비슷해 차별화가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호랑이가 최종 당첨. 서울 올림픽과 연결되며 30년간 대한민국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호돌이 아빠’ 김현은 수호랑이가 호돌이 아들이라며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호돌이’와 ‘수호랑’ 마스코트는 이제 대한민국의 성장과 올림픽의 환희와 기쁨을 표현하는 상징이다.

올림픽에서나 볼 줄 알았던 마스코트가 최근 교회에서도 만나게 됐다. 최근 교황청은 2025년 희년을 준비하며 희년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를 발표했다. 이름은 ‘루체(Luce)’, 이탈리어로 ‘빛’이라는 뜻이다. 바티칸시국 국기 색인 노란 우의를 입고 진흙 묻은 장화를 신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상징하는 조개껍데기로 두 눈의 광채를 표현했다. 한 손에는 순례에 필요한 지팡이를 들고 있다. 루체를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순례하는 교회, 야전병원 같은 교회가 떠오른다.

교황청은 MZ세대를 위해 애니메이션 마스코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교황청 복음화부는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대중문화를 받아들이려는 교황청의 노력으로 루체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우비 소년’을 닮은 루체를 본 세계 젊은이들은 신선함과 호기심이 가득하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는 루체를 이용한 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어느 교구는 교구청 마당에 대형 루체 인형을 설치했다. 사람들은 커다란 루체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며 희년에 동참하는 축제를 즐기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이는 성모상도 아니고 인형 앞에서 기도할 수 없다고 하고, 어떤 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형이 아니라 십자가라고 한다. 즉 불경하다는 말이다. 고난받는 예수님이나 천사들에 둘러싸여 있는 성모님이나 성인처럼 기존 가톨릭 이미지 문법이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식 마스코트를 만든 교황청의 신선한 도전(?)이 어떤 이들에게는 내심 불편하다.

일부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와의 콜라보를 통해 종교와 청년이 소통하려는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승복을 입은 개그맨은 ‘뉴진스님’으로 분장해 “극락도 락이다”라며 불교 교리를 이디엠(EDM)으로 편곡해 불렀다. ‘힙’해진 불교에 청년들은 환호했다. 청년들은 「반야심경」을 읽고 헤르만 헤세가 지은 소설 「싯다르타」를 구입했다.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가는 교회가 청년들에게 더 친숙하고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아기 판다 푸바오에 환호하며 굿즈(Goods)를 통해 좋아하는 아이돌과 하나 되고 인증사진을 위해서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교회의 이런 노력과 도전이 잘 전달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