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누가 가난한 사람인가

(가톨릭평화신문)


상대적 빈곤의 시대다. 5년 전 북향민 모자 아사(餓死) 사건 이후 이와 비슷한 기사를 접한 기억이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먹지 못해 죽음까지 간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먹거리가 넘쳐나 걱정인 세상이다. 하지만 스스로 먹고 살만하다고 여기는 이가 얼마나 될까.

매체와 SNS에서 드러나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삶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아가 그들의 삶을 생활 수준의 기준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스스로를 상대적 가난의 굴레에 가둔 채 허우적거리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물론, 실제적 가난을 벗어날 수 없게 하는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의 저자 강지나 작가는 10여 년간 가난한 아이들과 동행한 후 “빈곤은 단순한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자유로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역량의 박탈”이라며 교육과 건강 등 사회 안전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다.

잠시 반짝이는 선망의 대상에 매몰되지 않는 자존감도 중요하고, 가난의 고리를 끊고 성장하게 만드는 사회제도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와 개선점을 넘어서는 이들이 있다. 취재차 방문한 사랑의 선교 수사회에서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요한 비안네씨를 두고 원장 수사는 “지능은 낮지만, 도와주는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본인보다 몸이 더 불편한 형제의 소변통을 매번 갈아주는 등 여러 선행에 앞장선다”고 소개했다. 그런 비안네씨의 가장 큰 낙은 동네 산책하면서 마시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이라고 한다. 원장 수사의 말을 듣고 그의 얼굴을 다시 봤다. 연신 밝은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살피다 일어서지 못하는 형제의 다리를 주물러줬다. 누가 가난한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