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희망 속에서 함께 길을 간다는 것

(가톨릭평화신문)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마치면 방과후학교를 할 수 있다. 국가가 제시한 초등방과후학교의 목적은 보육과 교육 욕구의 해소, 특기적성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학교 밖 교육을 학교 안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린이의 교육 동기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경제성을 포함한 어른들의 필요가 더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가톨릭 초등학교로서 방과후학교 운영 목표와 과목 선택이 가톨릭 교육목표에 부합하도록 늘 고민한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활동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초등교육임을 감안하여 신체활동이나 자연 친화적이고 생태적인 교육활동과 예술활동을 더 많이 제안하고 어린이들도 이 과목들을 많이 선택한다. 전통적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 활동에도 많은 비중을 두는데 오케스트라가 그 중 하나다. 이 수업을 마무리하는 연말에 정기연주회는 올해로 29회가 된다. 언뜻 보기에 악기를 배우는 동안에 아이가 홀로 음률을 익히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지만, 마침내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를 보면서 연주하는 ‘함께’에 이르게 된다.

이 ‘함께’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연주회를 앞두고 해마다 주제를 정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오케스트라의 티켓판매수익금을 어디에 기부할 것인지를 ‘함께’ 결정한다. 지난해는 한국 까리따스에, 올해는 구청을 통해 우리 지역의 조손가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연주하는 어린이도, 관람하는 어린이와 가족들도 돕고자 하는 곳의 사람들에게 관심과 연민을 가지게 되면서 ‘함께’ 길을 가는 우리가 되고 ‘이타’를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것을 직접 체험한 우리 어린이들이 앞으로 만나게 되는 소외되고 약한 이들과의 합주에서 멋지게 앙상블을 이루어 낼 것이므로 이 ‘함께’는 지속하리라 믿는다.

교육을 통한 복음 선포, 그리고 희망 속에 함께 길을 갈 능력이 있는 헌신적인 이들을 양성한다는 우리 수녀회의 교육 비전은 이렇게 씨앗이 뿌려지고, 하느님의 축복으로 싹트고 열매를 맺고 있다.


박원희(노틀담수녀회, 인천박문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