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로에 담긴, 생명·사랑이란 참의미 아시나요”

(가톨릭평화신문)
대만 티엔추기경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아를렌 테(예수성심봉헌수녀회, Sisters of the Society Devoted to the Sacred Heart) 수녀가 8일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나프로 임신법은 단순한 난임 치료의 대안이 아닙니다. 여성의 건강을 부부가 함께 관찰해 사랑을 증진하고, ‘생명의 참된 의미’를 깨우쳐주지요. 난임을 겪지 않은 부부도 언제나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수정 등 보조생식술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여성의 자연임신을 돕는 ‘나프로 임신법’에 대해 대만 티엔추기경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아를렌 테(예수성심봉헌수녀회) 수녀는 이같이 말했다. 나프로 임신법은 부부간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여성의 자궁경부 점액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크라이튼 모델 시스템(자연주기법)을 이용한 자연임신법이다.

테 수녀는 7~10일 서울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 가톨릭의사협회 국제학술대회 및 총회(AFCMA 2024) 참석차 방한했다. 현대 의학의 발전에 따라 갈수록 위협받는 생명, 특히 ‘출생’의 고귀한 의미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테 수녀는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톨릭교회 영성이 내재된 나프로 임신법을 실천하는 동안 부부는 여성마다 다른 생리 주기를 함께 알아갈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질병 등 난임의 원인을 발견할 수 있는 등 생명을 위한 치료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난임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지만 난임 부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나프로 임신법이 출산을 고려하는 모든 부부에게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대만 티엔추기경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아를렌 테(예수성심봉헌수녀회, Sisters of the Society Devoted to the Sacred Heart) 수녀가 8일 제18차 아시아 가톨릭의사협회 국제학술대회 및 총회(AFCMA 2024) 좌장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국내 1호 나프로 전문 간호사의 스승

테 수녀는 여성 건강과 관련한 내·외과적 치료를 제공하는 나프로 임신법 전문 의사(Medical consultant)이자, 여성의 점액 관찰 기록을 분석하는 실무자(Practitioner)로 활동해온 이 분야 권위자다. 실무자들을 양성하는 교육자이기도 한 테 수녀는 2020년 대만 내에 나프로 임신법을 확산시켜 출산을 증진하고, 의료 소외 지역의 환자들을 돌본 공로로 대만의사협의회로부터 의료공헌상을 받았다. 국내 1호 나프로 전문 간호사인 조미진(아니시아) 간호사를 교육한 이도 바로 테 수녀다.

교회의 자연임신에 대한 지지는 오늘날 임신·출산과 관련해 더욱 심각해지는 생명경시 풍조 때문이다. 청년들의 결혼 지연 현상으로 인한 난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조생식술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그 정도도 높아지고 있다. 테 수녀는 “인간 생명이 부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임신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대부분 믿지 못하는 것 같다”며 “늦은 혼인으로 인한 난임, 젊은 시기에 혼인하더라도 아이를 원하지 않는 일명 ‘딩크족’ 증가는 출생의 의미를 약화시킨다”라고 우려했다.



나프로 임신법 확산되길

테 수녀는 “특히 부부가 임신을 미루다 뒤늦게 아이를 원하게 되면, 가장 먼저 손을 뻗는 것이 보조생식술”이라며 “이는 임신을 위한 부부의 이해와 인내, 협력이 필요한 나프로 임신법과는 달리, 보다 빨리 임신할 수 있다는 오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테 수녀는 “자연주기법은 가톨릭 생명윤리에 위반되지 않고, 비용이 적게 들며 부작용 우려가 거의 없다”며 “배아 선별을 통한 ‘디자인 베이비’ 등 각종 생명 윤리적 문제를 내포하는 보조생식술은 여성의 몸에 난임을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을 치료하기 어렵고 ‘생명 출산’이라는 부부의 사랑을 함양시키지 못한다”면서 나프로 임신법이 널리 확산하길 바랐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