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하는 이들에 소리 선물, 모두 하느님이 이끌어 주신 일

(가톨릭평화신문)
사단법인 ‘사랑의 달팽이’를 이끌어온 김민자 회장은 18년 동안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소리를 선물하고, 음악을 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하느님을 위해 훌륭한 봉사는 못 하고 제 마음으로 때워온 거예요. 그래도 하느님이 좋은 일 한 번 해보라고 계속 이끌어주신 거죠. 안 하려고 하는데도 자꾸 하게 되고, 그렇게 이어져 온 게 하느님의 뜻인 것 같아요.”

사단법인 ‘사랑의 달팽이’를 이끌어온 김민자(도미니카, 82) 회장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가 수술을 받고 똑바로 발음하는 걸 보면 마음이 흐뭇해지고, 부모들도 너무 좋아한다”면서 “사랑의 달팽이와 함께해온 세월 동안 기적 같은 일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정서적 지원 위해 연주회 열어

‘사랑의 달팽이’는 청각장애인에게 인공 달팽이관 수술 및 보청기를 지원해 소리를 찾아주고, 소리를 듣게 된 아이들의 사회적응을 지원해주는 사회복지단체다. ‘소리 없는 세상에 울림을’을 슬로건으로 그동안 2500여 명에게 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4500여 명에게 맞춤형 보청기를 지원했다. 2000년 두 명의 어린이에게 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지원하며 시작된 사랑의 달팽이는 소리를 찾은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클라리넷앙상블을 창단해 2004년부터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다.

“돌아가신 박기현 선생님이 제일 많이 생각나죠. 박 선생님이 저에게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2년 동안 설득하셨어요. 청각장애인들을 지극 정성으로 사랑한 박 선생님은 아주 훌륭하신 분이셨어요.”

김 회장은 이비인후과 진료차 아주대 병원을 찾았다가 고 박기현 교수와 인연을 맺어 사랑의 달팽이의 회장직을 맡게 됐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면서 의사였던 박 교수는 청각장애인 후원사업을 계획했고, 뜻이 맞는 이들과 의기투합해 사랑의 달팽이를 꾸렸다.

핵심 가치인 ‘천천히 꾸준히 바르게’를 품고 사랑의 달팽이가 기어가는 동안 팬클럽 후원 문화를 통해 더 많은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찾아줬다. 가수 임영웅, 아이유, 뉴진스 등 많은 가수와 배우들의 팬클럽 기부가 사랑의 달팽이에 힘을 불어넣어 줬다.

“처음 연주회 때는 소리와 음정이 안 맞아 삑삑 소리가 많이 났는데, 지금은 너무 잘해요. 클라리넷이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해서 재활 효과가 있거든요. 수술받기 전에는 소외감을 느꼈던 아이들이 곡을 연주하면서 더 행복해지고 당당해졌어요. 연주회를 하면 엄마들이 감격해서 울어요.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음대에 진학해서 졸업한 후 우리 사무실에 와서 일하는 학생도 있어요. 그만큼 보람을 느끼는 거죠.”



남편 최불암씨와 후원 동반자

오랜 세월 남편과 함께 초록우산어린이재단도 후원하고 있는 김씨는 올 연말에 사랑의 달팽이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40년 넘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남편은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고 있는 배우 최불암(프란치스코)씨다. 최씨는 아내의 오랜 염원과 기도의 결실로 6년 전 염수정 추기경에게 세례를 받았다.

“나이를 먹으면 친구도 없어지고 모두 고아와 같아져요. 세상을 떠난 친구들도 많아요. 내가 예수님을 믿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기댈 수 있고, 하소연할 수 있으니까요. 나의 딱한 사정을 말할 수 있는 존재죠.”

그의 마음에는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가 가톨릭 세례를 받았던 날의 기쁨, 시어머니가 대세를 받도록 자신이 다리 역할을 했던 일이 세월은 지났지만 선명하게 남아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축복

김 회장은 “신앙이 있었기에 인생의 후반을 잘 다져가고, 삶의 의미를 더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온 것은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전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