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씀의 성사적 성격’에 충실한 강론 기대
(가톨릭평화신문)
올해로 40번째 맞는 성서 주간을 맞아 발표된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담화는 인공지능(AI)시대에 어떻게 복음을 선포할 것이며, 성서 사도직 활동에 인공지능을 어떻게 선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중점으로 다뤘다.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신호철 주교는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없지만, 인간이 그 목적과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인간 발전을 위한 지혜를 성경 안에서 찾을 것을 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올해 6월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인공지능을 ‘매혹적이면서도 두려운 도구’라고 표현하면서 복음의 빛 안에서 이를 잘 식별하여 사용해 인류에게 선익이 되도록 언제나 신중하게 조정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주교는 특별히 사목자들에게 강론 준비에 있어 인공지능을 무분별하게 활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유는 ‘말씀의 성사적 성격’을 저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울러 신자들에겐 성경을 읽을 때 인공지능을 통해 지식만 습득할 것이 아니라 기도하고 묵상하며 관상할 것을 권고했다. 인간 기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성령의 이끄심을 늘 식별하는 데 관심을 두라는 것이다.
사제의 좋은 강론은 신자들을 회개와 성화로 이끈다. 강론이 생명력을 가질 때 신자들 믿음을 굳게 하며 삶의 활력을 준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데 강론처럼 좋은 수단이 없다고 한다. 좋은 강론은 세련된 말이 아니라 성경,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끄는 데 있다. 설사 재미없더라도 영혼을 울리는 강론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것이 말씀의 성사적 성격이다. 희년을 맞는 새해에는 모든 미사에서 사제들의 좋은 강론이 선포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