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모래시계
(가톨릭평화신문)
방영된 지 30년 가까이 된 SBS 드라마 ‘모래시계’ 16화에서 윤 회장(박근형 분)은 딸 혜린(고현정 분)에게 모래시계를 건넨다. 윤 회장은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도 끝이 있는 법”이라며 삶과 권력의 유한함을 설명한다. 세상 것을 한 사람이 다 갖기엔 한계가 있고, 모든 사람에게 가야 할 몫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사를 살면 대화나 여러 방면에서 누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쉽다. 하지만 이를 방지하고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고자 최근 시노드를 위한 군종교구 본당 사제 모임에서 모래시계가 등장했다. 한 사람의 말이 다른 사람의 시간을 침범하지 않기 위한 도구였다.
군종교구 사제들은 모래시계의 할당된 시간을 준수했다. 연차와 계급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같은 시간이 주어졌다. 이를 위해 사제들은 주장의 요지만 말하고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물론 모든 사람에 의해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은 더디 걸린다. 결론을 짓기도 쉽지 않다. 한 명, 한 명의 대화를 다 듣고 결론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의견을 종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효율적이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속도감과 효율성을 비대하게 생각한 데 따른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톱-다운 관료제와 엘리트주의로 사회에서는 계층이 나뉘고, 배제된 이들이 생겨났다. 교회에도 성직주의로 여전히 신자가 떠난다는 호소가 잇따른다.
그러나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길은 느리지만 어느 누구를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 지위고하를 막론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더욱 경청한다. 묵상을 통해 그 사람의 말을 다시 되새긴다. 비로소 우리 모두가 하느님 백성임을 깨닫고 성령의 말씀에 온전히 다가가게 되는 것이 시노드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