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 실천한다고 바뀔까요? “네, 힘 모아 행동하면 바뀝니다!”

(가톨릭신문)

기후위기를 자초한 이들은 인간이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역시 인간이다. ‘나 하나 바뀐다고 지구가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뒤로 하고 교회는 ‘우리가 힘을 모으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성당을 나와 지역과 연대하고 있는 교회의 노력을 살펴본다.


 

■ 탄소중립, 함께하니 가능하다

 

 

전례 없었던 바이러스의 공포에 휩싸인 인류는 인간에 의해 망가진 생태계가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 심각성을 체감하며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 보호를 위해 기도하고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구체적인 실천을 선포한 것은 2021년 9월이다. 수원교구가 가장 처음 탄소중립을 천명하며 2030년까지 교구 및 본당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듬해 9월 대전교구도 탄소중립 여정에 합류, ‘교구 내 모든 본당과 기관이 2030년까지 에너지 자립을,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을 다짐했다.

 

 

교회의 탄소중립 여정은 구호로만 끝나지 않았다. 대전교구에서는 선언 2년 만에 탄소중립을 실현한 본당이 나왔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김대건 베드로 신부)는 지난 5월 전기와 가스, 석유류, 물 사용량의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넷 제로(Net-Zero)와 탄소중립 기준을 달성한 갈마동본당(주임 김동규 미카엘 신부)과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관저동본당(주임 박찬인 마태오 신부), 도마동본당(주임 송우진 가시미로 신부), 천안성정동본당(주임 임상교 대건안드레아 신부)에게 각각 SOL과 LUNA 인증을 수여했다. SOL 인증은 전기, 가스, 석유류, 물 사용량의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넷 제로(Net-Zero)를 달성하고 탄소중립 인증지표 기준을 달성한 본당, LUNA 인증은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본당에게 수여된다.

 

 

냉난방기 사용을 줄이고, 행사에서 일회용품을 쓰지 못하는 불편함으로의 전환이 익숙하지 않았던 신자들은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에 동참한다는 기쁨을 공동체 안에서 나누며 기꺼이 변화를 선택하고 있었다. 개인의 작은 변화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본당의 탄소중립을 이뤄내는 동력이 됐다.


 

 

신자들 적극적인 참여·실천으로 국내 첫 탄소중립 인증 본당 탄생
공동선 추구하는 ''에너지협동조합''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인식 높여

 

 

■ 밑에서부터 이뤄진 생태적 회개, 공동선 일구다

 

 

대전교구 본당들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는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의 동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9년 설립된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 교회 내 태양광 발전을 이끌고 있다면, 후발주자인 수원교구의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이사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은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자로서 지자체와 연계해 태양광에너지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태양광 발전 협동조합은 수익 사업이라기보다는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확산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도와 협력해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참여하고 있는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은 서수원IC와 월암IC에 199.98㎾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설치했다. 여기서 생산된 에너지는 경기도 내 중소기업 등 기업 RE100 실현을 위해 판매, 사용하는데 제공하며 전력판매 매출의 3% 정도를 경기도 탄소중립 실현 및 에너지복지 지원 등 나눔 활동에 사용한다. 이 사업에는 경기도의 26개 에너지 협동조합이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협동조합은 시민들이 에너지 소비자로서 머무는 것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스스로 생산자가 되기 위해 활동하는 곳이다. 특히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에 모인 신앙인들은 작은 실천을 통해 그리스도인다운 삶으로 가깝게 다가가고 있었다.

 

 

이사장 양기석 신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는 몇몇 큰 기업이나 정부의 힘만이 아닌 공동선을 추구하는 여럿이 함께할 때 해결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며 “에너지 전환을 위해 사제들과 본당, 수도공동체와 단체들이 힘을 합쳐 만든 협동조합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실 것을 청한다”고 말했다.


 

 


■ 태양광 발전소 이모저모 태양광 발전소는 두 가지로 나뉜다. 가정 등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해 자체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자가용’과 생산한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상업용’이다. 자가용의 경우 도심 속 일반 가정에서도 발코니 난간이나 주택 옥상 등에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 발전 시설은 발코니 같은 난간에 설치할 수 있는 거치식, 옥상이나 마당에 설치할 수 있는 이동식, 건물 벽면에 부착할 수 있는 고정식 등이 있다. 발코니형 태양광 발전기는 325W 설치 시 매달 전기 요금을 6700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이보다 큰 주택형의 경우에는 6만5000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매년 배정된 예산 범위 안에서 설치비를 지원한다. 설비 규모는 50W~1㎾ 소형 발전소로 단독 및 공동주택, 상가건물 등에서 모두 신청 가능하다. 경기도는 도비 40%, 시군 40~50%의 보조금 지원과 일부 자부담을 통해 내 집을 발전소로 만드는 ‘1가구 1발전소’ 사업을 하고 있다. 집 발코니에 870W 미니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설치비 180만 원 중 36만 원만 자부담하면 된다. 시간당 435W를 생산하는 미니태양광 패널 2개를 발코니에 설치하면 한 달에 70kWh 정도의 전기가 생산되며,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 기준 매달 1만9240원의 전기요금이 절약된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도 신·재생에너지원을 주택에 설치할 경우 설치비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