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하는 교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시노드 여정은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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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7일 서울대교구청에서 교계 언론과 만나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2회기에 참여했던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10월 2~27일 약 한 달간 이어진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정 대주교는 7일 서울대교구청에서 가진 교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은 정기총회 2회기로 마무리됐지만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하는 교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며 “한국 교회를 포함한 지역 교회의 모든 신자가 시노드 정신을 함양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회 구성원 모두, 특히 본당 사제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걷는 시노드 교회를 이루기 위한 교회 전체의 회심을 앞두고 사목자의 역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정 대주교는 또 2025년 희년을 맞아 희망과 순례·선교를 키워드로 시노드 교회를 만드는 데 모두가 함께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리=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 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 기간이 상당했습니다.

“이번에 2회기에 앞서 한국 교회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 방문(앗 리미나)이 있어 로마에 7주 가까이 머무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치고 힘들었지만, 한국 교회를 대표해 참석한 시노드 대의원으로서 책임감을 더욱 막중하게 느꼈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 교회 전체가 시노드 교회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으로 나서는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했다는 데에 감사했습니다.”



- 지난해 1회기에 이어 올해 2회기까지 대의원으로 모두 참석하셨습니다. 이번 회기 분위기는 어땠나요?

“1회기 때는 참석자들이 성령 안에서의 대화라는 방식을 낯설어했지만, 2회기에서는 이미 경험한 방식에 모두 더 자연스럽게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번 2회기가 지난 1회기보다 호응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의안집 구조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지난 1회기 의안집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참여·사명(선교)’이라는 세 가지 주제에 각자 5개씩 핵심 질문이 주어지고, 또 그 아래에 세부 질문이 따라 다뤄야 할 내용이 많았습니다. 시노드 참가자들이 하나하나 모든 내용을 살피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구조였죠. 이 때문에 1회기에서는 선택하지 않은 주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2회기 의안집은 보다 간결하게 관계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1부, 시노드 교회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하는 2부, 시노드 정신을 실천할 장소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는 3부로 나뉘고 그 아래 몇 가지 세부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형태로 간결해졌습니다. 그 덕에 모든 테이블에서 한 주제를 가지고 시노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전체는 물론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도 좋았습니다. 이번 방식이 호응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여성 부제직 등 일부 사안은 논의 내용에서 제외된 것 같습니다.

“여성 부제직 등 특정 이슈를 논의에서 제외한 것은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번 시노드를 우리 교회 모두가 시노드 교회를 향해 가는 기회로 삼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특정 이슈들은 별도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더 연구하도록 열어놨습니다. 구체적으로 스터디 그룹 주제는 △동방 가톨릭교회·라틴 교회와의 관계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기 △디지털 환경에서의 선교 △선교하는 교회와 시노드 관점에서 바라본 「사제 양성 기본 지침」 개정 △성직 형태에 대한 신학·교회법적 문제 △선교하는 교회와 시노드적 관점에서 주교와 수도자, 각 교회 단체 관련 문서 개정 △시노드적 관점에서 바라본 주교의 역할·주교 선출 방법 △시노드 관점에서 본 교황의 역할 △논란이 되는 교리·사목·윤리적 문제 식별을 위한 신학적 기준과 시노드 방법론 △실천적 교회 일치 운동의 열매 수용 방법 등 10가지입니다.”

 

 

 

정순택(맨 오른쪽) 대주교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가 열린 바티칸 바오로 6세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왼쪽 두 번째) 추기경, 시노드 봉사자 및 참자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 정기총회 제2회기 후에 ‘최종 문서’ 초안을 받아보셨을 때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요? 또 핵심 내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초안을 받아 읽었을 때 대의원 대부분이 만족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극히 일부 대의원들이 최종 문서에 구체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려주는 지침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의원은 시노드 교회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쉽고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한두 마디로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이번 시노드의 핵심 주제가 ‘어떻게 하면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를 만들 수 있을까’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최종 문서 본문 5장 가운데 4장까지의 부제를 보면 ‘회심’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마지막 5부는 “이제 나도 너희를 보낸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세상에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말씀으로 끝납니다.

이는 회심이라는 단어를 통해 교회가 이제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회 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함께 성령의 목소리를 식별하고 최종 결정은 책임 있는 직권자가 하는 구조로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시노드 교회를 향해 다 함께 참여하고 서로 경청하고 성령의 음성을 함께 식별하고 우리가 이렇게 함께 걸어나가자는 것이 최종 문서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입니다.”



- 최종 문서의 내용을 실제 사목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해 우선돼야 할 조치는 무엇인지요?

“교구·본당을 포함한 모든 공동체는 결정 과정을 개선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투명성 확보와 책임 있는 설명, 그리고 이에 맞는 평가가 필요하겠지요. 투명성은 재정 투명성만이 아니라 모든 일 처리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 직권자가 결정을 내렸으면 그 배경과 지향점 등을 함께하는 공동체에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하죠. 이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역시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이번 시노드의 공식 문서라고 할 최종 문서에 대한 본당·공동체 차원의 나눔이 필요합니다. 번역본이 나오면 본당에서 모든 신자가 이를 함께 나누고, 본당 차원의 시노드는 물론 필요하다면 교구 차원의 시노드를 준비하는 등 직접 시노드를 체험하고 경험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시노드에 대한 본당 신부님들의 이해와 관심·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본당 신자들이 개별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더라도 본당 사제가 관심이 없으면 어떤 자리도 만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우선 본당 신부님들이 관심 갖고 참여하는 게 필요합니다.”



- 최종 문서에 평신도의 참여 확장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를 교황님과 대의원들이 식별한 내용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그렇죠. 최종 문서는 이번 시노드의 공식 문헌입니다. 기존에는 시노드 최종 문서를 만들더라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교황님께 헌정하는 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교황님께서 나중에 이를 검토한 후, 후속 권고를 내는 방식이었죠. 그러나 이번에는 3년 동안 모든 신자가 참여해 성령의 목소리를 식별하는 과정을 거치고 최종 문서가 나왔기 때문에 교황님께서 이를 그대로 인준하시고, 별도 후속 권고를 내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도 그 결정에 굉장히 놀랐지만, 정말 시노드적인 결정이었기에 환영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 안에 성령의 목소리가 담겼다고 인정해 주신 셈이니 이제 그 방향으로 우리 교회가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물론 평신도의 참여 확장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난관은 많을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구상하고 있는 것은 사제 양성 과정에 평신도의 역할을 더하는 것입니다. 수도자와 남녀 평신도가 신학교에 상주하지는 않겠지만, 신학생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대화하고 성소심의위원회에도 양성자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성직주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더 경청의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왼쪽) 대주교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가 열린 바티칸 바오로 6세홀에서 시노드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 2025년 희년을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하는 교회의 원년으로 삼는 방안이 있다면요?

“제16차 시노드는 끝났지만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하는 교회를 향한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2025년 희년의 주제에 맞춰 내년을 희망과 순례, 그리고 선교라는 방향에서 살아가면 좋을 듯합니다. 이 내용은 이번 사목교서에도 반영했습니다.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전쟁과 경제적 양극화로 어려운 이 시기에 희망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또 교황님께서 희년을 여는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순례는 희년의 기본입니다. 로마 순례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성지를 순례하며 지나가는 가치와 영원한 가치를 묵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복음을 살고 복음의 기쁨을 전한다는 의무를 따르는 해로 희년을 지냈으면 합니다.”



- 2027년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노드 정신을 어떻게 발휘해야 할까요?

“시노드 교회는 친교의 교회, 즉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와 이웃과의 일치를 바탕으로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교회이고, 모두가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선교하는 교회입니다. 이는 WYD를 준비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분의 신부님들이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젊은이들 오시오’ 이런 게 아니라 젊은이들의 음성을 들어가면서 함께 식별해나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시노드적인 모습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세계청년대회라고 부르는 WYD(World Youth Day)는 청년들만을 위한 잔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잔치입니다. 여기에 참여할 방법은 다양합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기도로 참여할 수도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봉사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홈스테이는 이를 제공하는 어르신들은 물론 이를 받은 청년들 역시 신앙 안에서 하나가 되는 체험을 통해 하느님 현존과 굉장한 감동을 느낍니다. 여기에는 타 종교 분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참여를 통해 WYD가 우리 모두의 잔치로 꾸려졌으면 합니다.”



- 시노드 정신 실천을 위해 신자들에게 당부할 말씀은?

“시노드는 우리 모두가 함께, 당신 자녀로 불러주신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고 우리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경청하면서 다 함께 우리 안에 하느님의 뜻이 있는지 성령의 목소리를 같이 식별해 나가면서 함께 걸어나가는 것입니다.

지난날 우리 교회의 모습이 목자가 앞에서 지팡이를 짚고 양 떼들이 뒤따르는 이미지였다면 이제 새롭게 교회가 나아갈 모습은 시노드 그림에서도 보듯이, 주교님들도 사제들도 같이 동반하며 모두가 같이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제 교회 구성원 모두가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인식하고 회심하고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함께 걸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