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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그리스도 신비의 기념
제 2 편 그리스도 신비의 기념가톨릭교리서
내용
- III. 전례에서 성령과 교회
- 1091 전례에서 성령께서는 하느님 백성의 신앙의 스승이시며, ‘하느님의 걸작’ 곧 신약의 성사들을 만들어 내는 장인(匠人)이시다. 성령께서 교회 안에서 바라시는 일과 하시는 일은 우리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불러일으키신 신앙의 응답을 받으실 때에 비로소 진정한 협력이 이루어진다. 이 협력을 통해서 전례는 성령과 교회가 함께 하는 일이 된다.
- 1092 성령께서는 그리스도 신비를 성사적으로 베푸실 때에도 구원 경륜의 다른 때와 같은 방식으로 일하신다. 성령께서는 교회가 자기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시키시고, 믿는 회중에게 그리스도를 상기시키고 나타내 주시며, 당신의 변화시키는 능력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신비를 현존하게 하고 실현하신다. 그리고 끝으로 친교의 성령께서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생명과 사명에 결합시키신다.
- 성령께서는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도록 준비시키신다
- 1093 성령께서는 성사의 경륜 안에서 구약의 표상들을 완성하신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와 구약에서 오묘하게 준비”9)되었으므로, 교회의 전례는 다음과 같은 구약시대 예배의 여러 요소들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이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치할 수 없는 중요한 구성 요소들이다.
- - 무엇보다도 구약 성경의 독서
- - 시편 기도
- - 그리고 특히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그 완성을 이루게 된 구원의 사건들과 의미심장한 사실들(약속과 계약, 탈출과 파스카, 왕국과 성전, 유배와 귀환)에 대한 기념.
- 1094 신약과 구약의 이러한 조화10) 위에 주님의 파스카에 대한 교리 교육이 이루어지고,11) 다음으로 사도들과 교부들의 교리 교육이 이어진다. 이 교리 교육은 구약 성경의 글자 속에 감추어져 있던 것, 곧 그리스도의 신비를 드러낸다. 이러한 교리 교육은 첫 번째 계약의 사실들, 말씀들, 상징들로 예고된 ‘형상’(예형:typos)들에 비추어 그리스도의 새로움을 드러내기 때문에, 이를 ‘예형론적’ 교리 교육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그리스도에게서 출발하여 진리의 성령 안에서 성경을 새롭게 읽음으로써 형상들의 의미가 드러나게 된다.12) 예를 들면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는 세례를 통한 구원을 예표하는 것이며,13) 구름과 홍해를 건넘도 역시 세례를 통한 구원의 예형이며, 바위에서 솟아 나온 물은 그리스도의 영적인 선물의 예형이고,14) 사막의 만나는 “하늘에서 내려 준 참된 빵”(요한 6,32)인 성체의 예형이다.
- 1095 그러므로 교회는 특히 대림 시기와 사순 시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활 성야에, 전례의 ‘오늘’ 안에서 구원 역사의 이 큰 사건들을 다시 읽고 생생하게 되살린다. 이를 위해서 교리 교육은 구원 경륜에 대한 ‘영적’ 이해에 눈뜨도록 신자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교회의 전례는 이 구원 경륜을 드러내 보이며, 우리가 이를 생활하도록 해 준다.
- 1096 유다교 전례와 그리스도교 전례. 유다인들이 지금도 고백하며 실행하고 있는 그 믿음과 종교 생활을 잘 이해하면 그리스도교 전례의 여러 면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다인들과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 말씀의 선포, 이 말씀에 대한 응답, 찬미의 기도와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한 전구,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기도 등에서 성경은 전례의 기본 요소가 된다. 말씀 전례가 지닌 고유한 구조의 기원은 유다교의 기도이다. 성무일도, 다른 전례문들과 양식들, 그리고 주님의 기도를 포함한 우리의 가장 소중한 기도문까지, 유다교 전례와 유사한 점이 많다. 미사의 ‘감사 기도’들도 유다교 전통의 전형적인 기도문들을 본보기로 삼은 것이다. 유다교 전례와 그리스도교 전례의 유사성뿐 아니라 그 내용의 상이성도 파스카와 같은 전례주년의 대축일들에서 아주 뚜렷이 나타난다. 그리스도인들과 유다인들이 모두 파스카를 기념하되, 유다인들은 미래를 지향하는 역사상의 파스카를,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결정적인 완성을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성취된 파스카를 기념한다.
- 1097 신약의 전례에서 모든 전례 행위, 특히 성체성사와 다른 성사들의 거행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만남이다. 전례를 위해 모인 회중은 그리스도의 유일한 몸 안에 하느님의 자녀들을 모으시어 “친교를 이루시는 성령으로” 하나가 된다. 전례 회중은 인간적, 인종적, 문화적, 사회적 관계를 넘어선다.
- 1098 회중은 주님을 만나기 위해 준비하여야 하며, 마음의 준비를 잘 갖춘 백성이 되어야 한다.15) 이러한 마음의 준비는 성령과 회중이 공동으로 하는 일이지만, 특히 집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성령의 은총은 신앙과 마음의 회개 그리고 성부의 뜻에 대한 순종을 일깨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전례 거행 자체로 받게 되는 다른 은총들과, 그에 따라 차후에 나타날 결과인 새로운 생명의 열매를 받기 위한 전제가 된다.
-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상기시키신다
- 1099 성령과 교회는 전례 안에서 그리스도와 그분의 구원 활동을 드러내기 위하여 함께 일한다. 전례는 특히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고 다른 성사들 안에서는 유비적으로, 구원의 신비를 기념한다. 성령께서는 교회의 살아 있는 ‘기억’이시다.16)
- 1100 하느님의 말씀. 성령께서는 우리가 받아들이고 실천하도록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이 살아 있는 말씀이 되게 하심으로써, 전례를 거행하는 회중에게 먼저 구원 사건의 의미를 상기시키신다.
- 성경은 전례 거행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성경에서 독서들을 봉독하고 강론으로 해설하고 시편을 노래하며, 성경의 영감과 감동에서 전례의 간구와 기도와 성가가 울려 퍼지고, 또한 전례 행위와 표징들이 성경에서 그 의미를 받기 때문이다.17)
- 1101 성령께서는 독서자들과 청중들에게 그 마음가짐에 따라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영적인 이해력을 주신다. 전례 거행의 골격을 이루는 언어와 행위와 상징들을 통해서, 성령께서는 신자들과 집전자에게 성부의 말씀이며 모상이신 그리스도와 생생한 관계를 맺게 하여, 전례 거행에서 듣고 묵상하고 행하는 것들의 의미를 그들 생활에 옮길 수 있게 하신다.
- 1102 “구원의 말씀은……신자들의 마음에 신앙을 키운다. 이 신앙으로 신자들의 모임이 시작되고 자라난다.”18) 하느님 말씀의 선포는 가르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그 백성 사이의 계약을 위하여 동의와 투신으로 표현되는 신앙의 응답을 촉구한다. 성령께서는 또한 공동체에 신앙의 은총을 주시며, 신앙을 굳건하게 하고 자라게 하신다. 전례 모임은 무엇보다도 신앙 안에서 이루는 친교이다.
- 1103 기념(Anamnesis). 전례 거행은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서 역사에 개입하신다는 사실을 늘 상기시킨다. “계시 경륜은 서로 긴밀히 결합된 행적과 말씀으로 실현된다.……말씀들은 업적들을 선포하며 그 안에 포함된 신비들을 밝혀 준다.”19) 성령께서는 말씀 전례로써 회중에게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행하신 모든 것들을 “상기시켜 주신다.” 전례 행위의 본질과 지역 교회 예법의 전통에 따라 전례의 거행은 다소 확장된 기념 안에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기억하게 한다.” 이처럼 교회의 기억을 일깨우시는 성령께서는 감사와 찬미(Doxologia)를 불러일으키신다.
-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실현하신다
- 1104 그리스도교 전례는 우리를 구원한 사건을 상기시킬 뿐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고 현존하게 한다.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는 (그때마다 새롭게) 거행되는 것이지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것은 기념 예식일 뿐이다. 전례 거행 때마다 유일한 신비를 실현하시는 성령께서 임하신다.
- 1105 성령 청원 기도(Epiclesis)는 사제가 성부께, 거룩하게 하시는 영을 보내시어 봉헌 제물을 그리스도의 살과 피가 되게 하시고 또 신자들이 그 살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그들 스스로 하느님께 드리는 산 제물이 되게 하여 주시기를 간청하는 기도이다.
- 1106 ‘기념’과 더불어 ‘성령 청원 기도’는 성사, 특히 성체성사 거행의 핵심이다.
- 어떻게 빵이 그리스도의 몸이 되고,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피가 되는지를 묻습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성령께서 내려오셔서 모든 말과 생각을 초월하는 이 일을 이루신다고……. 주님께서 동정녀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스스로 육신을 취하신 것과 같이 이 일도 성령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는 대답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20)
- 1107 성령의 변화시키는 힘은 전례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도래와 구원 신비의 완성을 재촉한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기다림과 희망 속에서 거룩하신 삼위의 완전한 친교를 실제로 미리 맛보게 하신다. 교회의 성령 청원 기도를 들어주시는 성부께서 파견하신 성령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시고, 이제부터 그들이 받을 상속에 대한 “보증”이 되신다.21)
- 성령의 친교
- 1108 모든 전례 행위에서 성령의 사명은 우리가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어 그리스도의 신비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성령께서는 성부의 포도나무 가지에 열매를 맺게 하는 수액과 같은 분이시다.22) 전례 안에서 성령과 교회의 가장 긴밀한 협동이 실현된다. 친교의 성령께서는 교회 안에 한결같이 머무르시며, 따라서 교회야말로 하느님의 흩어진 자녀들을 모으는 신적 친교의 위대한 성사이다. 전례에서 맺는 성령의 열매는 거룩하신 삼위와 이루는 친교, 형제와 이루는 친교와 떼어 생각할 수 없다.23)
- 1109 성령 청원 기도는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회중이 이루는 친교의 완전한 효과를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2코린 13,13)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해야 하며, 성찬 거행 이후까지도 그 효과를 지속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성부께, 성령을 보내 주시어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 영적으로 변화하고, 교회의 일치에 관심을 갖고, 사랑의 증거와 실천을 통하여 교회 사명에 참여함으로써 그들의 삶이 하느님께 드리는 산 제물이 되게 하여 주시도록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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