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제 2 편 그리스도 신비의 기념
제 2 편 그리스도 신비의 기념가톨릭교리서
내용
- III. 구원 경륜에서 본 성체성사
- 빵과 포도주의 표징
- 1333 성찬례 거행의 중심에 놓여 있는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령 청원 기도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된다. 주님의 명을 충실히 따르는 교회는 주님께서 영광스럽게 다시 오실 때까지 주님을 기념하면서, 주님께서 수난 전날 밤에 행하신 의식을 계속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빵을 들어……”, “포도주가 담긴 잔을 들어…….” 빵과 포도주의 표징은 신비롭게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면서도 창조계의 좋은 생산물이라는 의미도 잃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봉헌’ 때에 빵과 포도주에 대하여 창조주께 감사드린다.164) 빵과 포도주는 땅을 가꾼 ‘인간 노동’의 결과일 뿐 아니라 창조주께서 주신 ‘땅’과 ‘포도나무’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온”(창세 14,18) 왕이며 사제인 멜키체덱의 행위를 교회는 자신이 드리는 봉헌의 예표로 본다.165)
- 1334 구약 시대에는 창조주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서, 땅에서 나는 맏물들 가운데 빵과 포도주를 제물로 바쳤다. 그런데 이것들이 이집트 탈출 사건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해마다 파스카 때에 먹는 누룩 없는 빵은 이집트 종살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떠났음을 기념하는 것이며, 광야에서 먹은 만나에 대한 기억은 이스라엘이 하느님 말씀의 빵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늘 상기하게 한다.166) 그들이 날마다 먹는 빵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약속에 충실하시다는 보증으로 주신 약속된 땅의 산물이다. 유다인들이 파스카 식사 끝에 마시는 “축복의 잔”(1코린 10,16)은 포도주가 지닌 축제의 기쁨에 종말론적 차원, 곧 예루살렘을 재건할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이라는 소망을 더한다. 예수님께서는 빵과 포도주의 축복에 새롭고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시면서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 1335 주님께서 군중을 먹이시려고 빵을 축복하시고 떼어서 제자들을 시켜 나누어 주신 빵의 기적은, 당신 성찬의 이 유일한 빵이 말할 수 없이 풍요함을 예시한다.167) 카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한 표징은168)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때’를 이미 예고하고 있으며,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피로 변한 새로운 포도주를 마시게 될169) 하느님 나라 혼인 잔치의 실현을 나타낸다.
- 1336 수난 예고가 제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였듯이, 성체성사에 대한 첫 번째 예고도 제자들을 분열시켰다.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 성체와 십자가는 걸림돌이다. 그것은 동일한 신비이며 끊임없이 분열을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67) 주님의 이 질문은 오랜 세월을 통해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질문은 또한 당신만이 “영원한 생명의 말씀”(요한 6,68)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고, 그분이 주시는 성찬의 선물을 신앙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곧 그분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깨달으라는 사랑에 찬 권유이다.
- 성체성사의 제정
- 1337 제자들을 사랑하신 주님께서는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돌아가실 때가 된 것을 아신 주님께서는 식사를 하시던 중에 그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사랑의 계명을 주셨다.170) 이러한 사랑의 보증을 제자들에게 남겨 주시기 위해, 그들을 떠나지 않으시기 위해, 그들이 당신의 파스카에 참여하게 하시고자 당신의 죽음과 부활의 기념으로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으며, 사도들을 “신약의 사제들로 임명하시어”171) 당신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이를 거행할 것을 명하셨다.
- 1338 세 권의 공관 복음서와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성체성사의 제정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요한 사도는 카파르나움의 회당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는데, 그 말씀은 성체성사를 제정하기 위한 준비였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라고 말씀하셨다.172)
- 1339 예수님께서는 카파르나움에서 예고하신 대로, 당신의 몸과 피를 제자들에게 주시기 위해 파스카라는 때를 택하셨다.
- 파스카 양을 잡아야 하는 무교절 날이 왔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을 보내시며 “가서 우리가 먹을 파스카 음식을 차려라.” 하고 이르셨다.……그들은 가서……파스카 음식을 차렸다. 시간이 되자 예수님께서 사도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파스카 축제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 이루어질 때까지 이 파스카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 하고 그들에게 이르셨다.……예수님께서는 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사도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방식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루카 22,7-20).173)
- 1340 예수님께서는 파스카 식사 중에 당신 사도들과 최후의 만찬을 거행하시면서 유다인들의 파스카에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셨다. 과연 예수님께서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성부께 건너가신 새 파스카는 최후의 만찬에서 앞당겨 이루어졌고, 성찬례 안에서 거행되었다. 성찬례는 유다인들의 파스카를 완성하고 하느님 나라의 영광 중에 이루어질 교회의 궁극적 파스카를 미리 거행한다.
-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 1341 예수님께서 “오실 때까지”(1코린 11,26) 당신의 행위와 말씀을 계속하라고 하신 이 명령은 단순히 예수님과 예수님께서 행하신 것을 기억하라는 요구만이 아니다. 이는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이 그리스도에 대한 기억, 그분의 생애와 죽음과 부활 그리고 성부께 드리신 간구에 대한 기념을 전례적으로 거행하라는 명령이다.
-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그리고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었다(사도 2,42-46).
- 1342 교회는 처음부터 주님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예루살렘 교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 1343 그리스도인들은 특히 ‘주간 첫날’, 곧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주일에 “빵을 떼어 나누려고”(사도 20,7) 한자리에 모였다. 그때부터 우리 시대까지 성찬례는 계속 거행되어, 오늘날 교회 어디에서나 근본 구조가 동일한 성찬례를 거행하고 있다. 성찬례는 언제나 교회 생활의 중심이다.
- 1344 이처럼 순례 길의 하느님 백성은,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1코린 11,26) 계속되는 성찬례의 거행으로 예수님의 파스카 신비를 전하면서, 선택된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의 식탁에 앉게 될 천상 잔치를 향하여 “십자가의 좁은 길을 걸어간다.”174)
상단(TOP)으로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