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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

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가톨릭교리서

내용

  • II. “오직 하느님만을 섬겨라”
  • 2095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향주덕(virtus theologalis)은 윤리덕을 형성하고 윤리덕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사랑은 우리가 피조물로서 마땅히 하느님께 드려야 할 것을 드리게 한다. 경신덕(敬神德)은 우리에게 그러한 태도를 갖게 해 준다.
  • 흠숭
  • 2096 경신덕에 따른 행위 가운데 첫째가는 것은 흠숭이다. 하느님에 대한 흠숭은 그분을 하느님으로, 창조주요 구세주로, 주님이며 존재하는 모든 것의 주인으로, 사랑과 자비가 무한하신 분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신명기(신명 6,13)를 인용하시어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루카 4,8) 하고 말씀하셨다.
  • 2097 하느님에 대한 흠숭은 그분을 존경하며 온전히 순명하는 가운데, 하느님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피조물의 허무’를 인정하는 것이다. 흠숭은 마리아께서 노래하셨듯이, 하느님께서 큰일을 하셨고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시다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백하면서, 하느님을 찬미 찬송하고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10)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함으로써 인간은 자신을 폐쇄하는 데에서, 죄의 속박에서, 세상의 우상 숭배에서 해방된다.
  • 기도
  • 2098 첫째 계명이 명하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행위는 기도 안에서 이루어진다.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드높이는 것이 하느님께 드리는 우리 흠숭의 표현이다. 찬미와 감사의 기도, 전구와 청원의 기도가 바로 그러하다. 기도는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킬 수 있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루카 18,1).
  • 희생 제사
  • 2099 하느님께 흠숭과 감사, 탄원과 일치의 표징인 제사를 드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거룩한 친교 안에서 하느님과 일치하여 행하고 또 그럼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는 모든 행위는 참다운 제사이다.”11)
  • 2100 진실한 제사가 되려면, 외적 제사는 영적 제사의 표현이어야 한다. 곧 “하느님께 맞갖은 제물은 부서진 영……”(시편 51[50],19)이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내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12) 이웃 사랑과 상관없이 바쳐지는 제사를13) 자주 비난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호세아 예언자의 말을 상기시키신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마태 9,13; 12,7).14) 유일하고 완전한 제사는 바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온전히 바치신 그 제사이다.15) 예수님의 희생 제사와 일치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삶을 하느님께 제물로 봉헌할 수 있다.
  • 약속과 서원
  • 2101 그리스도인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하느님께 약속을 드리도록 부름을 받았다. 세례와 견진, 혼인과 성품성사에는 언제나 약속이 들어 있다. 그리스도인은 개인적 신심으로 특정 행위와 기도, 자선과 순례 등을 하느님께 약속할 수 있다. 하느님께 드린 약속에 충실함은 지존하신 하느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존경과 성실하신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 2102 “서원, 곧 가능하고 더 좋은 선에 관하여 심사숙고하고 자유로이 하느님께 맺은 약속은 경신덕으로 이행되어야 한다.”16) 서원은 그리스도인이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거나 어떤 선한 일을 하느님께 약속하는 신심 행위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서원을 이행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 약속하고 봉헌한 것을 그분께 드리는 것이다. 사도행전은 바오로 사도가 자신이 한 서원을 지키려고 노력하였음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17)
  • 2103 교회는 복음적 권고를 실천하겠다는 서원의 모범적 가치를 인정한다.18)
  • 어머니인 교회는 그 품 안에서 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구세주의 자기 비움을 더욱 철저히 따르고 더욱 명백히 보여 주며, 하느님 자녀들의 자유 안에서 가난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의 뜻을 버리는 모습을 보고 기뻐한다. 그들은 곧 순종하시는 그리스도를 더욱더 완전히 닮고자, 계명의 척도를 넘는 완덕의 문제에서 하느님 때문에 사람에게 스스로 복종하는 것이다.19)
  • 어떤 경우에는 교회가 합당한 이유로 서원과 약속을 관면할 수 있다.20)
  • 종교의 사회적 의무와 종교 자유에 대한 권리
  • 2104 “모든 사람은 진리, 특히 하느님과 그분의 교회에 관한 진리를 탐구하며, 깨달은 그 진리를 받아들이고 지켜야 한다.”21) 그 의무는 “인간 본성 그 자체”에서22) 생기는 것이다. 그 의무는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진리의 빛을 반영하는”23) 여러 종교에 대한 꾸밈없는 존경을 배척하지 않으며, “신앙의 오류나 무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과 지혜와 인내로 대하도록”24) 그리스도인들을 촉구하는 사랑의 요구와도 상반되지 않는다.
  • 2105 하느님께 참된 예배를 드려야 하는 의무는 인간에게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관련되는 것이다. 이것이 “참종교와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도덕적 의무에 관한 가톨릭의 전통 교리”25)이다.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함으로써, 교회는 사람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정신, 풍습, 법률, 구조 등을 그리스도 정신으로 충만하게 하도록”26) 힘쓴다.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는 각 사람 안에 있는 참된 것과 선한 것을 존중하고 일깨우는 것이다. 이 의무는 보편되고 사도로부터 이어 오는 교회 안에 유일하고 참된 종교의 예배가 있음을 알릴 것을 그들에게 요구한다.27)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빛이 되라는 부름을 받았다.28) 이처럼 교회는 모든 피조물, 특히 인간 사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왕권을 드러낸다.29)
  • 2106 “종교 문제에서 자기의 양심을 거슬러 행동하도록 강요받지 않아야 하고, 또한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혼자서나 단체로, 정당한 범위 안에서 자기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데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30) 이 권리는 인격 자체의 본성에 근거하는 것이며, 인간은 인격의 존엄성에 따라 세속의 질서를 초월하는 하느님의 진리에 자유롭게 따르게 된다. 그러므로 “진리를 추구하고 그 진리에 따라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자유의 권리를 지닌다.”31)
  • 2107 “국민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국법 질서 안에서 한 종교 단체에 특수 지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동시에 모든 시민과 종교 단체의 종교 자유의 권리를 반드시 인정하고 존중하여야 한다.”32)
  • 2108 종교 자유의 권리는 오류를 지지하라는 허락도 아니고,33)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권리도 아니며,34) 다만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인간의 타고난 권리이다. 이 권리는 종교 문제에서 정당한 한계를 지킬 때 정치권력으로부터 외적인 구속을 받지 않을 권리이다. 이 타고난 권리는 “사회의 법적 제도 안에서 인정되어 국민의 권리가 되어야 한다.”35)
  • 2109 종교 자유의 권리는 그 자체로 무제한적일 수 없고,36) 그저 단순히 “실증주의적으로나 자연주의적으로” 이해된 공공질서만으로 제한될 수도 없다.37) 종교 자유에 내재하는 ‘정당한 한계’는 각 사회의 상황에 맞게 정치적으로 신중하게, 공동선의 요청에 따라 정해지고, “객관적인 도덕 질서에 부합하는 법률 규범”38)에 따라 국가 권위가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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