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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

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가톨릭교리서

내용

  • 제4절 넷째 계명
  •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러면 너는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주는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탈출 20,12).
  • 예수님은 부모에게 순종하며 지냈다(루카 2,51).
  • 주 예수님께서는 친히 이 “하느님의 계명”의1) 중요성을 상기시키셨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가르친다. “자녀 여러분, 주님 안에서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그것이 옳은 일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이는 약속이 딸린 첫 계명입니다. ‘네가 잘되고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2) 하신 약속입니다”(에페 6,1-3).
  • 2197 십계명의 둘째 돌 판은 넷째 계명으로 시작된다. 이 계명은 사랑의 순서를 가르쳐 준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다음으로,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하느님에 대한 지식을 전해 준 우리 부모를 공경하기를 바라셨다. 우리에게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선익을 위해 권위를 부여하신 모든 사람들을 공경하고 존중할 의무가 있다.
  • 2198 이 계명은 지켜야 할 의무들을 적극적인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이 계명은 생명과 혼인과 세상의 재화와 사람의 말 등을 특별히 존중하는 것과 연관되는 그다음의 계명들을 예고한다. 이 계명은 교회의 사회 교리의 한 기초를 이룬다.
  • 2199 넷째 계명은 자녀들에게 부모와의 관계를 명백하게 말하고 있는데, 이는 이 관계가 가장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계명은 또한 친족들에 대한 혈연 관계와도 관련된다. 이 계명은 조부모와 집안 어른들에게 존경과 애정과 감사를 드릴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이 계명은 스승에 대한 제자들의 의무, 고용주에 대한 고용인들의 의무, 윗사람들에 대한 아랫사람들의 의무, 자기네 나라와 그 행정가나 위정자들에 대한 국민의 의무에까지 미친다.
  • 이 계명은 부모와 후견인, 스승, 지도자, 행정관, 위정자들과 같이 다른 이들이나 인간 공동체에 권위를 행사하는 모든 사람의 의무를 내포하고 암시한다.
  • 2200 넷째 계명을 준수하는 이에게는 보상이 주어진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러면 너는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주는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탈출 20,12).3) 이 계명을 존중함으로써 영적인 열매 외에 평화와 번영이라는 현세적인 열매도 보장받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이 계명을 지키지 않을 때에는 공동체와 개인들에게 큰 손해를 끼치게 된다.
  • I. 하느님의 계획에 따른 가정
  • 가정의 본질
  • 2201 부부 공동체는 혼인 당사자의 합의로 이루어진다. 혼인과 가정은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그리고 그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부부의 사랑과 자녀 출산은 그 가정의 구성원들이 서로 인격적 관계를 형성하고 일차적인 책임을 지게 한다.
  • 2202 혼인으로 결합된 한 남자와 한 여자는 그들의 자녀들과 더불어 한 가정을 이룬다. 이 제도는 공권력이 인정하는 그 어떤 제도보다 우선하며, 공권력은 가정이라는 제도를 인정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가정은 규범적 기준이 되는 제도이며, 여러 형태의 친족 관계도 가정을 기준으로 하여 정해져야 한다.
  • 2203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심으로써 가정을 세우셨고, 가정의 기본 구조를 마련해 주셨다. 가정의 구성원들은 동등한 존엄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 구성원과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가정은 갖가지 책임과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
  • 그리스도인의 가정
  • 2204 “그리스도인 가정은 교회적 친교의 특수한 표출이고 실현이기 때문에, 이것은 ‘가정 교회’라고 불릴 수도 있고 불려야 한다.”4)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이다. 신약 성경에도 나타나듯이, 가정이란 교회 안에서 독특한 중요성을 지닌다.5)
  • 2205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사람들의 친교이며, 성령 안에서 성부와 성자께서 이루시는 친교의 표지요 형상이다.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출산과 자녀 교육은 성부께서 하시는 창조 행위의 반영이다. 가정은 그리스도의 기도와 희생에 동참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 일상적 기도와 하느님 말씀을 읽는 것은 가정 안에서 사랑을 강화시켜 준다.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복음의 전파자이며 선교사이다.
  • 2206 가족 관계는 한 가족이라는 감정과 애정과 관심을 갖게 해 주는데, 이는 특히 가족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생겨나는 것이다. 가정은 부부의 “화합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성실한 협력”6)을 이루도록 부름 받은 탁월한 공동체이다.
  • II. 가정과 사회
  • 2207 가정은 사회생활의 근원적 세포이다. 가정은 남녀가 사랑과 생명을 전달하며 헌신하라는 부르심을 받은 자연적 사회이다.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권위와 안정과 사귐의 생활은 사회에서 누리는 자유와 안전과 형제애의 기초가 된다. 가정은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도덕적 가치를 깨닫고, 하느님을 공경하기 시작하며, 자유의 선용을 배울 수 있는 공동체이다. 가정 생활은 사회생활의 입문이다.
  • 2208 가정에서 그 구성원들은 청소년이나 노인, 병자,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책임을 지는 일을 배울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도움을 베풀지 못할 처지에 있는 가정들도 많이 있다. 그럴 때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가정들,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그 사회에 그들의 어려움을 보살펴 줄 의무가 돌아간다.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깨끗하고 흠 없는 신심은, 어려움을 겪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아 주고,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야고 1,27).
  • 2209 가정은 적절한 사회적 조치들로써 도움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 가정들이 그 의무를 다할 처지가 못 되는 곳에서는 다른 사회단체들이 그들을 도와주고 가정 공동체를 지탱해 줄 의무가 있다.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더 큰 공동체들은 가정의 권리를 빼앗거나 가정생활에 간섭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2210 생명과 사회 복지를 위한 가정의 중요성 때문에7) 혼인과 가정을 지탱하고 견고하게 해 주어야 할 특별한 책임이 사회에 있다. 국가 권력은 “혼인과 가정의 진정한 특성을 인정하고 보호하고 향상시키며 공중도덕을 수호하고 가정의 번영에 이바지하는”8) 것을 중대한 의무로 생각해야 한다.
  • 2211 정치 공동체는 가정을 존중하고, 돌보며, 특별히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가정에 보장해 줄 의무가 있다.
  • - 가정을 꾸미고, 자녀들을 출산하며, 부부의 도덕적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녀들을 양육할 자유,
  • - 부부의 유대와 가족 제도의 안정성 보호,
  • - 각자의 신앙을 고백하고 전파하며, 필요한 수단과 제도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녀들을 자기네 신앙 안에서 양육할 자유,
  • - 사유 재산권, 사업을 계획하고 직장과 주택을 가질 권리, 이주할 권리,
  • - 국가의 제도에 따라, 의료 혜택과 노인에 대한 보조와 가족 수당을 받을 권리,
  • - 안전과 보건에 대한 보호, 특히 마약, 외설물, 알코올 중독 등과 같은 위험에 대한 보호,
  • - 다른 가정들과 연합체를 형성하여 국가 권력 앞에 자신들의 대표자를 내세울 수 있는 자유.9)
  • 2212 넷째 계명은 사회 안에 있는 다른 관계들도 명확하게 해 준다. 우리는 우리 형제자매들 안에서 우리 부모의 자녀들을, 우리 사촌들 안에서 우리 조상들의 후손을, 우리 동포들 안에서 우리 조국의 자녀들을, 세례 받은 이들 안에서 우리 어머니이신 교회의 자녀들을, 모든 사람 안에서 ‘우리 아버지’라고 불리기를 바라시는 분의 아들딸들을 본다. 이처럼 우리 이웃과 우리의 관계는 인격적인 관계로 받아들여진다. 이웃은 인간 집단의 한 개체로서 ‘그 무엇’이 아니라, 이미 밝혀진 그 신원에 따라, 마땅히 특별한 배려와 존중을 받아야 할 ‘그 사람’인 것이다.
  • 2213 인간 공동체들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 공동체를 잘 다스리는 것은 권리를 보장하고, 의무를 이행하며, 계약을 성실히 지키는 것 등에 국한되는 문제만은 아니다. 고용주와 고용인, 통치자와 시민 사이의 올바른 관계는 정의와 형제애를 추구하는 인간의 품위에 맞는 본성적인 선의를 전제로 한다.
  • III. 가정 구성원들의 의무
  • 자녀의 의무
  • 2214 하느님의 부성(父性)은 인간이 지닌 부성의 근원이다.10) 하느님의 이 부성은 인간이 자기 부모를 존경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미성년이든 성년이든, 자녀들이 부모를 존경하는 것은11) 부모와 자녀의 유대 관계에서 생기는 천부적 애정으로 유지된다. 그 존경은 하느님의 계명이 요구하는 것이다.12)
  • 2215 부모 공경(효도)은, 부모가 생명의 선물로써 자녀들을 세상에 낳고, 사랑과 수고로써 나이와 지혜와 은총이 자랄 수 있게 해 준 데 대하여 감사를 드리는 것이다. “마음을 다해 네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고 어머니의 산고를 잊지 마라. 네가 그들에게서 태어났음을 기억하여라. 그들이 네게 베푼 것을 어떻게 그대로 되갚겠느냐-”(집회 7,27-28)
  • 2216 자녀가 부모에게 드리는 공경은 참다운 공손과 순종으로 나타난다. “내 아들아, 아버지의 계명을 지키고, 어머니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마라.……그것이 네가 길을 다닐 때 너를 인도하고, 잠잘 때 너를 지켜 주며, 깨어나면 너에게 말벗이 되어 주리라”(잠언 6,20-22). “지혜로운 아들은 교훈을 사랑하지만 빈정꾼은 꾸지람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잠언 13,1).
  • 2217 자녀가 부모의 집에서 사는 동안에는 자녀의 선익과 가족의 선익을 위해서 부모가 하는 모든 요구에 순응해야 한다. “자녀 여러분, 무슨 일에서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콜로 3,20).13) 자녀들은 그들의 교육자들과, 부모들이 그들을 맡긴 모든 사람들의 합당한 명령에도 순종해야 한다. 그러나 자녀들이, 그러한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양심에 따라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확신이 선다면 그 명령에 따르지 말아야 한다.
  • 자녀들은 성장해 가면서 부모를 늘 공경해야 한다. 부모가 바라는 바를 먼저 알아서 만족시켜 드리고, 기꺼이 부모의 의견을 청하며, 부모의 정당한 훈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자녀들은 성인이 되면 부모에 대한 순종의 의무는 벗어나지만, 변함없이 부모를 존경해야 한다. 부모에 대한 존경은 사실 성령의 은사들 중 하나인 하느님 경외에 뿌리를 두고 있다.
  • 2218 넷째 계명은 장성한 자녀들에게 부모에 대한 책임을 환기시켜 준다. 자녀들은 힘 자라는 데까지 부모의 노년과 병환 중에, 고독하거나 곤궁한 때에 물질적 정신적인 도움을 드려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이 보은의 의무를 일깨우신다.14)
  • 주님께서 자녀들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시고,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권리를 보장하셨다. 아버지를 공경하는 이는 죄를 용서받는다. 제 어머니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는 보물을 쌓는 이와 같다. 아버지를 공경하는 이는 자녀들에게서 기쁨을 얻고, 그가 기도하는 날 받아들여진다.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는 장수하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이는 제 어머니를 편안하게 한다(집회 3,2-6).
  • 얘야,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그가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업신여기지 않도록 네 힘을 다하여라. 아버지를 버리는 자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와 같고, 자기 어머니를 화나게 하는 자는 주님께 저주를 받는다(집회 3,12-13.16).
  • 2219 자녀들의 부모 공경은 가정생활 전체를 화목하게 하며, 이는 형제자매들 간의 관계에도 관련이 된다. 부모에 대한 존경은 가정 전체의 분위기를 밝고 따뜻하게 해 준다. “손자들은 노인의 화관이다”(잠언 17,6).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십시오”(에페 4,2).
  • 2220 그리스도인은 자신에게 신앙의 선물과 세례의 은총을 받게 해 주고 교회 안에서 살게 해 준 사람들에게 특별히 감사해야 한다. 그들은 부모나 가족 가운데 다른 이들일 수 있고, 조부모, 사목자, 교리 교사, 그 밖의 선생이나 친구들일 수 있다. “나는 그대 안에 있는 진실한 믿음을 기억합니다. 먼저 그대의 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에우니케에게 깃들어 있던 그 믿음이, 이제는 그대에게도 깃들어 있다고 확신합니다”(2티모 1,5).
  • 부모의 의무
  • 2221 부부 사랑의 풍요로움은, 자녀 출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의 윤리 교육과 영적 양육에도 미쳐야 한다. 부모의 교육적 역할은 “매우 중대한 것이어서, 이것이 없으면 거의 보완할 수 없다.”15) 교육에 대한 권리와 의무는 부모의 기본적이고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며 의무이다.16)
  • 2222 부모는 자녀들을 하느님의 자녀로 보아야 하고,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존중해야 한다. 부모는 하늘에 계신 성부의 뜻에 그들 자신이 순종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녀들에게, 하느님의 법을 지키도록 가르친다.
  • 2223 부모는 자녀 교육의 첫째가는 책임자이다. 부모는 먼저 애정과 용서와 존경과 성실성과 이해관계를 떠난 봉사를 규범으로 하는 가정을 이룸으로써 그러한 책임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정은 덕을 가르치기에 매우 알맞은 곳이다. 덕성 교육을 위해서는, 모든 참다운 자유의 조건인 자기희생과 건전한 판단력과 자제력의 훈련이 요구된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물질적이고 본능적인 차원을 내적이고 영적인 차원에”17) 종속시키도록 가르쳐야 한다. 자녀들에게 좋은 표양을 보이는 것 또한 부모의 중대한 책임이다. 부모가 자녀들 앞에서 자신들의 결점을 인정할 줄 안다면, 자녀들을 더 잘 이끌어 주고 고쳐 줄 수 있을 것이다.
  • “제 자식을 사랑하는 이는 그에게 종종 매를 댄다. …… 그를 자랑으로 삼으리라”(집회 30,1-2). “아버지 여러분, 자녀들을 성나게 하지 말고 주님의 훈련과 훈계로 기르십시오”(에페 6,4).
  • 2224 가정은 연대 의식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 의식을 깨우치는 자연스러운 장소이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인류 사회를 위협하는 비굴한 타협과 타락을 조심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 2225 혼인성사의 은총으로, 부모는 자녀들에게 복음을 전달할 책임과 특권을 부여받았다. 부모는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들이 간직한 신앙의 신비를 자녀들에게 가르쳐 줌으로써 “최초의 신앙 선포자”18)가 된다. 부모는 자녀들이 어린 시절부터 교회 생활에 참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정의 생활 방식은, 평생 동안 간직하게 될 정서적인 성향을 길러 주어, 살아 있는 신앙의 올바른 기초가 되고 기둥이 될 수 있다.
  • 2226 부모가 하는 신앙 교육은 자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가정의 구성원들이 복음과 일치하는 그리스도교적 삶을 보여 줌으로써 신앙 안에서 성장하도록 서로 도울 때, 이미 신앙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 교리 교육은 다른 형태의 신앙 교육들을 선행하고, 수반하며, 풍요롭게 한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기도를 가르치고,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소명을 발견하도록 가르칠 사명을 띠고 있다.19) 본당은 그리스도인 가정들의 성찬 공동체이며 전례 생활의 중심이다. 본당은 자녀들과 부모들의 교리 교육을 위한 특권을 가진 장소이다.
  • 2227 자녀들도 그들 나름대로 자기 부모의 성화에 이바지한다.20) 모든 이가 저마다 마음 상하게 한 일, 다툰 것, 의롭지 못했던 점, 성실하지 못했던 것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끊임없이, 서로 용서하여야 한다. 서로의 애정이 이를 권장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를 요구한다.21)
  • 2228 자녀들이 어릴 때, 자녀에게 쏟는 부모의 존중과 애정은 먼저 자기 자녀들을 양육하고 그들의 영육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 주는 데 기울이는 관심과 정성으로 나타난다. 자녀들이 성장하는 동안에도, 부모는 같은 존중과 헌신으로써 자녀들에게 이성과 자유를 올바로 사용하도록 가르친다.
  • 2229 자녀 교육의 첫째 책임자인 부모는 자녀들을 위해 그들의 신념과 일치하는 학교를 선택해 줄 권리가 있다. 이 권리는 기본적인 것이다. 부모는 할 수 있는 대로 자신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교육 임무를 좀 더 잘 수행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할 의무가 있다.22) 공권력은 부모의 이러한 권리를 보장해 주며, 이 권리 행사를 위한 실질적 조건들을 확보해 줄 의무가 있다.
  • 2230 자녀들은 성인이 되면서, 자기 직업과 생활양식을 선택할 의무와 권리를 가지게 된다. 그들은 이러한 새로운 책임들을 부모와 서로 신뢰하는 관계 안에서 기꺼이 받아들이며, 이에 대해 부모의 의견과 조언을 구하고 이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는 직업 선택이나 배우자 선택에서 자녀들을 강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신중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부모는 현명한 조언으로써, 특히 자녀들이 가정을 꾸미려고 할 때,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 2231 어떤 이들은 자기 부모나 형제자매들을 돌보려고, 또는 어떤 직업에 더 온전히 전념하려고, 또는 다른 훌륭한 동기들 때문에 혼인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은 인류 가족의 선익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
  • IV. 가정과 하느님 나라
  • 2232 가족의 유대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어린이가 인간적이고 영적인 성숙과 인간의 자율성을 향해 성장하면 할수록, 하느님에게서 오는 그의 독특한 소명도 더 분명하고 강하게 드러나게 된다. 부모는 이 소명을 존중하고, 자녀들이 그 부르심에 따르는 응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첫 번째 소명은 예수님을 따르는 것임을23) 확신해야 한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마태 10,37).
  • 2233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하느님 가족의 일원이 되고 예수님의 생활 방식에 따라 살라는 초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50).
  • 부모는 자기 자녀가 하늘 나라를 위한 동정 생활, 곧 봉헌 생활 또는 사제직 안에서 당신을 따르도록 하시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게 되면, 기쁨과 감사로 받아들이고 존중하여야 한다.
  • V. 시민 사회의 권위들
  • 2234 하느님의 넷째 계명은 또한 우리의 선익을 위해 사회 안에서 하느님께 권위를 부여받은 모든 사람도 존경할 것을 명한다. 넷째 계명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과 그 공권력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의무도 밝혀 준다.
  • 공권력의 의무
  • 2235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봉사하기 위해 이를 행사해야 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6). 공권력의 행사는 그 권력의 신적 기원과 합리적인 성격과 그 목적의 특성에 따라서 윤리적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아무도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법에 어긋나는 것을 명령하거나 입법화할 수 없다.
  • 2236 권위 행사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쉽게 자유를 행사하고 그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하여 올바른 가치 서열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윗사람은 구성원들 하나하나의 필요와 공헌도를 고려하면서 화합과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분배 정의를 현명하게 실행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제정하는 규칙과 조치가 개인적인 이익을 내세워 공동체의 이익을 거스르게 하는 유혹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24)
  • 2237 정치권력은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정치권력은 모든 사람들의 권리, 특별히 가정과 불행한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인간적으로 정의가 실현되도록 하여야 한다.
  • 시민권에 따른 정치적 권리는 공동선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서 주어질 수 있으며 또한 주어져야 한다. 이 권리들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이유 없이 공권력으로써 정지할 수 없다. 정치적 권리의 행사는 국가와 인류 공동체의 공동선을 목적으로 한다.
  • 국민의 의무
  • 2238 공권력 밑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윗사람들을 하느님 은혜의 관리자로 그리고 하느님의 대리자로 보아야 한다.25) “주님을 생각하여, 모든 인간 제도에 복종하십시오. …… 자유인으로서 행동하십시오. 그러나 자유를 악행의 구실로 삼지 말고, 하느님의 종으로서 행동하십시오”(1베드 2,13.16). 시민들의 성실한 협력에는 인격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선익에 해로운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올바르게 질책할 권리와 때로는 의무까지도 내포되어 있다.
  • 2239 국민의 의무는, 진리와 정의의 정신, 연대 의식과 자유의 정신으로 공권력과 함께 사회의 선익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조국에 대한 사랑과 봉사는 감사의 의무와 사랑의 계명에서 나오는 것이다. 합법적 권위에 복종하고 공동선에 봉사하기 위해 국민들은 정치 공동체 안에 살아가면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 2240 공권력에 대한 복종과 공동선에 대한 공동 책임은, 도덕적으로 세금 납부와 투표권 행사, 국토 방위 등을 요구한다.
  • 여러분은 모든 이에게 자기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하십시오. 조세를 내야 할 사람에게는 조세를 내고 관세를 내야 할 사람에게는 관세를 내며,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두려워하고 존경해야 할 사람은 존경하십시오(로마 13,7).
  • 그리스도인은 자기 조국에 살고 있지만, 마치 나그네와 같습니다. 시민으로서 모든 의무를 수행하지만, 외국인같이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그들은 기존 법에 순종하지만, 그들의 생활 방식은 법률보다 우월합니다.……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지위는 그렇게 고귀한 것이어서, 그들이 그 지위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26)
  •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아주 신심 깊고 품위 있게, 평온하고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1티모 2,2)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감사할 것을 권고한다.
  • 2241 부유한 나라들은, 자기 조국에서 얻을 수 없는 안전과 생활 필수품들을 구하러 온 외국인들을 가능하다면 모두 맞아들일 의무가 있다. 공권력은 손님을 맞아들이는 사람이 그 손님을 보호해야 한다는 자연법이 잘 지켜지도록 보살펴야 한다.
  • 정치권력은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공동선을 위해서, 이민의 권리 행사를 여러 가지 법률적인 조건에 종속시킬 수 있다. 특히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에 대한 이주민들의 의무 수행에서 그러하다. 이주민은 그를 받아들이는 나라의 물질적이거나 정신적인 유산을 고마운 마음으로 존중하며, 그 나라의 법을 준수하고, 국가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 2242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이나 기본 인권이나 복음의 가르침 등에 어긋날 때, 시민들은 양심적으로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 공권력의 요구가 올바른 양심의 요구에 어긋날 때, 공권력에 복종하기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복종과 정치 공동체에 대한 복종이 다르다는 데서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마태 22,21).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사도 5,29).
  • 공권력의 월권으로 국민들이 억압을 받는 곳에서도, 국민들은 객관적으로 공동선이 요구하는 것이라면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자연법과 복음이 그어 주는 한계를 지키며 이러한 권력의 남용을 거슬러 자기 자신과 동포의 권리를 수호하는 것은 정당하다.27)
  • 2243 정치권력의 억압에 대한 저항은 아래의 조건들이 다 함께 충족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무기 사용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 1) 기본권이 확실하고 심각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침해를 받을 때, 2) 다른 수단을 모두 사용하고 난 후에, 3) 더 심한 무질서를 유발할 우려가 없을 때, 4)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일 때, 5)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더 나은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설 때.
  • 정치 공동체와 교회
  • 2244 어떤 제도이든지, 은연 중에라도, 인간과 인간의 소명에 대한 시각을 지니고, 그 시각을 판단 기준과 가치 체계와 행동 노선의 근거로 삼는다. 대부분의 사회 제도들은 사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종교만이 창조주이시고 구세주이신 하느님을 인간의 기원과 목적으로 명확하게 인식해 왔다. 교회는 정치권력들에게 그들의 판단과 결정을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이 진리에 비추어 내리라고 권고한다.
  • 이 진리를 무시하거나, 하느님에게서 독립한다는 명목으로 이를 거부하는 사회들은, 그들의 판단 기준과 목적을 자체 내에서 찾거나 어떤 이데올로기에서 이끌어 오게 된다. 또한 역사가 보여 주는 바와 같이, 선과 악의 객관적 기준을 용납하지 않음으로써, 인간과 인간의 운명에 대해서 공공연하게든 또는 음험하게든, 전체주의적인 권력을 스스로에게 부여한다.28)
  • 2245 “교회는 그 임무와 권한으로 보아 어느 모로도 정치 공동체와 혼동될 수 없으며, 결코 어떠한 정치 체제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동시에 교회는 인간 초월성의 표지이며 보루이다.”29) 교회는 “국민들의 정치적 자유와 책임도 존중하고 증진한다.”30)
  • 2246 “교회가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때에는 정치 질서에 관한 일에 대하여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정당하다. 이때에 교회는 오로지 복음에 일치하고 다양한 시대와 환경에 따라 모든 사람의 행복에 부합하는 모든 방법을 사용한다.”31) 이것은 교회의 사명에 속하는 일이다.
  • 간추림
  • 2247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신명 5,16; 마르 7,10).
  • 2248 넷째 계명에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당신 다음으로 우리의 부모와, 우리의 선익을 위해 당신께서 권위를 부여하신 이들을 공경하기를 원하셨다.
  • 2249 부부 공동체는 혼인 당사자의 계약과 합의 위에 세워진다. 혼인과 가정은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그리고 그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 2250 “개인의 행복, 일반 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안녕은 부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되어 있다.”32)
  • 2251 자녀들은 부모에게 존경과 감사와 올바른 순종과 도움을 드려야 한다. 자녀들의 효도는 가정생활 전체의 조화를 북돋운다.
  • 2252 부모는 자기 자녀들에게 신앙과 기도와 모든 덕을 가르칠 책임을 일차적으로 지고 있다. 부모는 최선을 다하여 자녀들에게 물질적으로 또 영적으로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 2253 부모는 자기 자녀들의 소명을 중시하고 후원해 주어야 한다. 부모는 그리스도인의 첫째 소명이 예수님을 따르는 것임을 명심하고 가르쳐야 한다.
  • 2254 공권력은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의 행사를 위한 조건들을 존중할 의무를 지고 있다.
  • 2255 시민들은 진리와 정의의 정신, 연대성과 자유의 정신으로 공권력과 함께 사회 건설에 힘써야 할 의무가 있다.
  • 2256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에 어긋날 때에는 양심에 따라 그 명령에 따르지 말아야 한다.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사도 5,29).
  • 2257 모든 사회는 인간과 인간의 최종 목적에 대한 시각을 그 판단과 행동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복음의 빛을 떠날 때 사회는 쉽사리 전체주의로 전락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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