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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
제 3 편 그리스도인의 삶가톨릭교리서
내용
- 제8절 여덟째 계명
-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탈출 20,16).
-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 네가 맹세한 대로 주님께 해 드려라.” 하고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마태 5,33).
- 2464 여덟째 계명은 타인과 맺는 관계에서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금한다. 이 도덕적 계명은 진리 그 자체이시며 진리를 바라시는 자기 하느님의 증인이 되어야 할 거룩한 백성의 소명에서 유래한다. 진실을 어기는 것은, 말이나 행실로써, 도덕적 정직을 지키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진실을 어기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기본적인 불성실이며, 이런 뜻에서 ‘계약’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 I. 진리 안에서 살아라
- 2465 구약 성경은 하느님께서 모든 진리의 근원이심을 증언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은 진리이다.214) 하느님의 법은 진실하다.215) “하느님의 성실은 대대로 이어진다”(시편 119[118], 90).216) 하느님께서는 “진실하신”(로마 3,4) 분이시기에, 하느님 백성의 지체들은 진실하게 살아야 마땅하다.217)
- 2466 하느님의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모두 드러났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218) 그분께서는 “세상의 빛”(요한 8,12)이시다. 예수님께서는 진리이시다.219) 그분을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서 살지 않을 것이다.220)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들을 성화시켜 주고,221) 자유롭게 해 주는 진리를222) 알고자 그분의 말씀을 귀담아듣는다. 예수님을 따름은, 성부께서 당신의 이름으로 파견하시고,223) “모든 진리 안으로”(요한 16,13) 이끄시는 “진리의 영”으로224) 사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진리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가르치신다.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마태 5,37).
- 2467 인간은 그 본성상 진리를 찾기 마련이다. 인간은 진리를 높이 평가하고 증언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개인적 책임을 지고 있는 모든 인간은 자기 존엄성에 따라, 본성적으로 진리, 특히 종교에 관한 진리를 추구하도록 이끌리며 또 그 진리를 추구할 도덕적 의무를 지닌다. 또한 깨달은 그 진리를 따르고, 자신의 온 삶을 그 진리의 요구에 맞추어야 한다.”225)
- 2468 인간의 행실과 말이 올바르다는 뜻의 진리는 정직, 성실 또는 진솔함이라고도 부른다. 진리 또는 진실은, 인간이 자신의 행동으로 참된 것을 보여 주고, 자신의 말로써 참된 것을 드러내며, 이중성과 위장과 위선을 피하게 하는 덕이다.
- 2469 “상호 신뢰가 없다면, 곧 서로에게 진실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더불어 살 수 없을 것이다.”226) 진실한 사람은 타인에게 마땅히 알려 주어야 할 것을 알려 준다. 진실은 말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비밀 사이에서 올바른 중용을 지킨다. 진실은 성실과 신중을 내포한다. 정의에 따라,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성실하게 진실을 밝혀 주어야 한다.”227)
- 2470 그리스도의 제자는 ‘진리 안에서 사는 삶’을 받아들인다. 곧 주님의 모범을 따라 단순하게 살며 주님의 진리 안에 머문다. “만일 우리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눈다고 말하면서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진리를 실천하지 않는 것입니다”(1요한 1,6).
- II. “진리를 증언하여라”
- 2471 그리스도께서는 빌라도 앞에서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고228) 선언하셨다. 그리스도인은 “우리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2티모 1,8) 한다. 그리스도인은 신앙을 증언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오로 사도가 재판관들 앞에서 보인 모범을 따라, 신앙을 분명하게 고백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언제나 거리낌 없는 양심을 간직하려고 애를 써야”(사도 24,16) 한다.
- 2472 교회의 생활에 참여해야 할 의무에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의 증인이 되며, 복음에서 유래하는 의무들에 대한 증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증언은 말과 행실로써 신앙을 전달하는 것이다. 증언은 진실을 밝히거나 알게 하는 정의의 행위이다.229)
- 모든 그리스도인은 어디에서 살아가든 삶의 모범과 말의 증거로 세례를 통하여 입은 새사람을 드러내고 견진을 통하여 굳세게 해 주시는 성령의 힘을 드러내어야 한다.230)
- 2473 순교는 신앙의 진리에 대한 최상의 증거이다. 순교란 죽음에까지 이르는 증거를 가리킨다. 순교자는 자신과 사랑으로 결합된 그리스도,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언한다. 순교자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진리와 그리스도교 교리의 진리를 증언한다. 순교자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죽음을 참아 받는다. “나를 짐승들의 먹이가 되게 놔 두십시오. 나는 짐승들을 통해서 하느님께 이르게 될 것입니다.”231)
- 2474 교회는 목숨을 바쳐서까지 자기의 신앙을 증언한 분들의 유품이나 그분들에 관한 기록을 지극한 정성으로 수집하였다. 이것이 ‘순교자들의 행적’이다. 이 행적들은 피로 쓴 진리의 기록들이다.
- 이 세상의 매력도 현세의 왕국도 내게는 소용이 없습니다. 내게는 이 세상 끝까지 통치하는 것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와 결합하기 위해 죽는 것이 더 낫습니다.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그분을 나는 찾으며, 우리를 위해 부활하신 그분을 나는 원합니다. 그분 안에서 내가 태어나게 될 때가 가까웠습니다…….232)
- 주님, 저를 그날과 그 시간에 합당한 자격이 있는 자로, 당신의 수많은 순교자들 중에 들 만한 자로 여겨 주셨으니 당신께 찬미 드립니다.……거짓이 없으시고 진실하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이 은총과 모든 것에 대해,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이시며, 영원한 천상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당신을 찬미하고, 찬양하며, 당신께 영광을 드립니다. 성부와 성령과 함께 계시는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이제와 항상 영원히 영광 받으소서, 아멘.233)
- III. 진리를 거스르는 죄
- 2475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에페 4,24)이 되었다. “거짓을 벗어 버린”(에페 4,25) 그들은, “모든 악의와 모든 거짓과 위선과 시기, 그리고 모든 중상을”(1베드 2,1) 버려야 한다.
- 2476 거짓 증언과 거짓 맹세. 진실에 어긋나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을 때는 특별한 중대성을 띠게 된다. 법정에서는 이것이 위증이 된다.234) 맹세를 하고서 거짓말을 했다면, 맹세를 어기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무죄한 이를 단죄하거나 죄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게 하고, 피고가 받을 벌을 더 무겁게 하는 것이다.235) 이런 행위들은 정의의 구현과, 재판관들이 내리는 선고의 공정성을 크게 위태롭게 한다.
- 2477 사람들의 명예를 존중하려면 그들에게 부당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태도와 모든 말을 삼가야 한다.236) 여기서 빚어지는 죄상은 아래와 같다.
- - 이웃의 도덕적인 결점을, 충분한 근거도 없이, 은연중에라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경솔한 판단의 죄를 짓는다.
- - 타인의 결점이나 과실을, 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객관적으로 타당한 이유 없이 알리는 사람은 비방의 죄를 짓는다.237)
- - 허위로 다른 사람들의 명예를 해치고, 그들에 대해 그릇된 판단의 계기가 되는 사람은 중상의 죄를 짓는다.
- 2478 경솔한 판단을 피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이웃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가능한 대로 좋게 해석하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 선량한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이웃의 주장을 비난하기보다는 그것을 선의적으로 이해하도록 더욱 마음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웃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그의 주장을 설명해 보라고 요청해야 하며, 그의 생각이 그릇된 것이면, 애덕으로 그 사람을 꾸짖어야 합니다. 만일 그것으로 충분치 못하다면, 그가 바로 깨닫고서 구원을 받도록 모든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238)
- 2479 비방과 중상은 이웃의 명성과 명예를 해친다. 그런데 명예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사회적 증거이고, 각 사람은 자신의 명예와 명성에 대한 타고난 권리를 누리며 존경을 받을 권리를 누린다. 그러므로 비방과 중상은 정의와 사랑의 덕을 모두 손상시키는 것이다.
- 2480 지나친 찬사나 아부나 아첨으로 타인의 악행과 나쁜 품행을 부추기고 북돋는 모든 말이나 태도는 금지되어야 한다. 중대한 악습이나 죄를 칭찬하여 돕는 아부 행위는 중죄이다. 도움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나 우정이 말의 위선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남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악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 있을 수 있는 필요에 대비하기 위해, 정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지나친 찬사를 했을 때에는 소죄가 된다.
- 2481 자랑이나 허풍은 진실을 거스르는 죄를 짓는 것이다. 악의로 어떤 사람의 행동의 일부 측면을 왜곡하여 그를 헐뜯으려는 빈정거림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 2482 “거짓말은 속이려는 의도로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239) 주님께서는 거짓말 안에 악마가 활동하고 있음을 폭로하신다. “너희는 너희 아비인 악마에게서 났다.……그는 진리 편에 서 본 적이 없다. 그가 거짓을 말할 때에는 본성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가 거짓말쟁이며 거짓의 아비기 때문이다”(요한 8,44).
- 2483 거짓말은 진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어기는 것이다. 거짓말은 사람을 오류에 빠뜨리려고 진실을 거슬러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이다. 거짓말은 인간과 진실의 관계, 또는 인간과 이웃의 관계를 손상시킴으로써, 인간과 주님 그리고 인간의 언어와 주님 사이의 기본 관계를 해치는 것이다.
- 2484 거짓말의 경중은 거짓말로 왜곡되는 진실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상황과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속마음과 거짓말의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따라 평가된다. 거짓말 자체는 소죄에 지나지 않지만, 정의와 사랑의 덕을 심각하게 해칠 때에는 죽을죄가 된다.
- 2485 거짓말은 그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거짓말은 알려진 진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구실을 하는 말을 악용하는 것이다. 일부러 진실에 어긋나는 말을 해서 이웃을 오류에 빠뜨리고자 하는 의도는 정의와 사랑을 거스르는 것이다. 속이려는 의도가, 진실을 알지 못하게 된 사람들에게 치명적 결과를 가져다줄 위험이 있을 때, 그 유죄성은 더욱 크다.
- 2486 거짓말은 (정직의 덕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가한 명백한 폭력이다. 거짓말은 모든 판단과 결정의 조건인 타인의 인식 능력을 해친다. 거짓말에는 사회 불화와 그 불화로써 생긴 모든 악의 싹이 포함되어 있다. 거짓말은 어느 사회에나 다 해로운 것이다. 거짓말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며 사회 관계의 구조를 파괴한다.
- 2487 정의와 진실을 거슬러 지은 모든 죄는, 그 당사자가 용서를 받았더라도, 배상의 의무가 있다. 어떤 잘못을 공적으로 배상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에는 비밀리에 해야 한다. 손해를 본 피해자에게 직접 배상할 수 없다면, 자비의 이름으로 피해자가 정신적인 만족을 얻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 배상의 의무는 타인의 명예에 끼친 피해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정신적이고 때로는 물질적인 이 배상은 가해진 손해에 따라서 평가되어야 한다. 이것은 양심상의 의무이다.
- IV. 진실의 존중
- 2488 진실을 전달받을 권리가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각 사람은 형제애를 강조하는 복음의 계명과 자신의 삶을 일치시켜야 한다. 이러한 계명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진실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그것을 알리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를 가늠해 보기를 요구한다.
- 2489 정보를 제공하고 진상을 밝히라는 모든 요구에 대해서는 사랑을 지키고 진실을 존중하면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타인의 선익과 안전, 사생활의 존중, 공동선 등은 알려져서는 안 될 것들에 대해 침묵하거나 조심스러운 어법을 구사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추문을 들추어 내지 말아야 하는 의무는 흔히 엄격한 조심성을 요구한다. 진실을 알 권리가 없는 사람에게 그것을 알려 주어야 할 의무는 아무도 지고 있지 않다.240)
- 2490 고해성사 비밀은 신성한 것이어서 어떠한 구실로도 누설할 수 없다. “고해성사의 비밀은 불가침이다. 따라서 고해 사제는 말로나 다른 어떠한 방식으로도 그리고 어떤 이유로도 참회자를 조금도 발설하여서는 안 된다.”241)
- 2491 직업상의 비밀 ─ 예컨대 정치가, 군인, 의사, 법률가 등이 간직하고 있는 ─ 또는 비밀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알게 된 비밀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비밀을 지키는 것이 그 비밀을 맡긴 사람이나 그것을 맡은 사람이나 또는 제삼자에게 매우 중대한 손해를 끼치게 되고, 진실을 누설함으로써만 손해를 피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된다. 비록 비밀을 지킨다는 조건에서 들은 말이 아니라고 해도,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사로운 정보를 중대하고 합당한 이유 없이 누설해서는 안 된다.
- 2492 각자는 사람들의 사생활에 대하여 당연히 조심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정보 전달의 책임자들은 공동선의 요구와 개인의 권리 존중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정치 활동이나 공공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생활에 언론이 개입하는 일은 그들의 사생활과 자유를 해치는 정도에 따라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 V. 대중 전달 수단의 사용
- 2493 현대 사회에서 대중 전달 수단은 정보, 문화의 향상, 교양의 확산 등의 분야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역할은 기술의 발달, 전달되는 새로운 소식의 풍부함과 다양함, 여론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증대되고 있다.
- 2494 대중 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은 공동선을 위한 것이다.242) 사회는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 그러나 이 권리의 올바른 행사는, 커뮤니케이션이 그 내용에서 언제나 진실하여야 하고 정의와 사랑을 지키며 완전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 더 나아가 그 방법과 관련하여 커뮤니케이션은 공정하고 적절하여야 한다. 곧 뉴스의 취재와 보도에서 인간의 정당한 권리와 존엄성 그리고 도덕률을 충실하게 지켜야 한다.243)
- 2495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이 분야에서도 정의와 사랑의 의무를 완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사회 매체의 힘으로도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전파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244) 연대 의식은 참되고 올바른 전달과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촉진하는 의견들의 자유로운 소통의 결과로서 나타난다.
- 2496 사회적 전달 수단(특히 대중 매체)은 그 이용자들에게 일종의 수동성을 길러 주거나, 그들이 시청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력이 부족한 소비자가 되게 할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대중 매체를 대할 때 절제와 규율을 지켜야 한다. 그들은 불성실한 영향력에 더 쉽게 저항하기 위해서, 식견을 갖추고 정확한 의식을 다져 가야 할 책임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 2497 언론인들은 그들의 직책상, 정보의 전파에서 진실 전달에 이바지하고 사랑을 해치지 않을 의무를 지고 있다. 그들은 한결같은 주의를 기울여, 사실의 내용을 중시하는 동시에 개인에 대한 비판의 한계도 중시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들은 명예를 훼손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 2498 “국가 권위는 이 문제에서 공동선을 위한 의무를 지고 있다. 국가 권위는 자기 임무로서, 현대 사회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진실하고 공정한 정보의 자유, 특히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옹호하여야 한다.”245) 국가는 법률의 공포와 효과적인 적용을 통하여, “사회 매체의 오용으로 공중도덕과 사회 발전에 중대한 위험이 미치지 않도록”246) 감시해야 한다. 공권력은 명예와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받아야 할 각 사람의 권리에 대한 침해를 제재해야 한다. 공권력은 대중의 이익에 관계되거나 대중의 근거 있는 불안을 해소시켜 줄 정보를 제때에 성실하게 제공해야 한다.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대중 매체를 통해서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정당화할 수 없다. 이러한 개입으로써, 개인과 집단의 자유를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2499 철저하게 진실을 왜곡하고, 대중 매체를 통하여 여론을 정치적으로 지배하며, 공개 재판의 피고인과 증인들의 증언을 조작하고, 자신들이 ‘사상범’이라고 여기는 모든 이를 제압하고 억누름으로써 자신들의 절대적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고 꿈꾸는 전체주의 국가들의 고질적인 악습을 도덕은 고발한다.
- VI. 진리, 아름다움, 성예술
- 2500 선행의 실천에는 무상의 영적 즐거움과 윤리적 아름다움이 따른다. 마찬가지로, 진리는 영적 아름다움이 뿜어 내는 기쁨과 찬란함을 동반한다. 진리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지성을 부여받은 인간에게는, 창조된 실재와 창조되지 않은 실재에 대한 인식을 이지적으로 표현하는 언어의 진실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진리가, 특별히 그 안에 내포된 형언할 수 없는 것, 곧 인간 마음의 심오함, 영혼의 고결함, 하느님의 신비 등을 환기시키고자 할 때, 인간은 다른 표현 형태들, 곧 보완적인 표현 형태들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느님께서는 진리의 말씀으로 당신을 드러내시기 이전에도, 당신의 ‘말씀’과 당신 ‘지혜’의 업적이 되는 천지 만물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서 당신을 드러내셨다. 그것은 바로 ─ 어린이도 과학자도 발견하게 되는 ─ 우주의 질서와 조화이다. “피조물의 웅대함과 아름다움으로 미루어 보아 그 창조자를 알 수 있다”(지혜 13,5). “아름다움을 만드신 분께서 그것들을 창조하셨기 때문이다”(지혜 13,3).
- 지혜는 하느님 권능의 숨결이고, 전능하신 분의 영광의 순전한 발산이어서, 어떠한 오점도 그 안으로 기어들지 못한다. 지혜는 영원한 빛의 광채이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활동의 티 없는 거울이며, 하느님 선하심의 모상이다(지혜 7,25-26). 지혜는 해보다 아름답고, 어떠한 별자리보다 빼어나며, 빛과 견주어 보아도 그보다 더 밝음을 알 수 있다. 밤은 빛을 밀어내지만, 악은 지혜를 이겨 내지 못한다(지혜 7,29-30). 나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사랑에 빠졌다(지혜 8,2).
- 2501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247) 인간은 자신의 예술 작품들의 아름다움을 통해서 그가 창조주 하느님과 맺고 있는 관계의 진실을 표현한다. 실로 예술은 인간에게 고유한 표현 형태의 하나이다. 살아 있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생활 필수품의 추구를 넘어서서, 예술은 인간이 무상으로 받은 과분한 내적 풍요로움에서 넘쳐 흐르는 산물이다. 창조주께서 주신 재능과 인간 자신의 노력으로 생겨난 예술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표현 수단을 빌려서 실재의 진실을 표현해 보려고 지성과 능력을 결합시킨 실천적인 지혜의 한 형태이다.248) 이처럼 예술은 존재들의 진리와 존재들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나는 만큼, 피조물을 통한 하느님의 활동과 어떤 유사성을 지니게 된다. 다른 모든 인간 활동과 마찬가지로, 예술도 그 자체로서 절대적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예술도 인간의 궁극 목적을 위해 있는 것이기에, 고귀한 것이 된다.249)
- 2502 성예술이 그 표현 형태를 통해 제 본래의 사명에 부합할 때, 그것은 참되고 아름답다. 그 사명이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히브 1,3)이신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진리와 사랑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자체이신 하느님의 초월적인 신비를, 신앙과 흠숭을 통해서 상기시키고 찬미하는 것이다. “온전히 충만한 신성이 머물러 있는”(콜로 2,9) 그리스도의 영적 아름다움은, 천주의 모친이신 지극히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천사들과 성인들 안에서 빛을 발한다. 진정한 성예술은, 창조주이시며 구세주이시고 거룩하시며 거룩하게 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흠숭과 기도와 사랑으로 인간을 이끈다.
- 2503 그러므로 주교들은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하여, 오래 되었거나 새로운 성예술의 모든 형태를 촉진시키도록 유의하며, 같은 정성으로 전례와 교회 건물에서 신앙의 진리와 성예술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어울리지 않는 모든 것을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250)
- 간추림
- 2504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탈출 20,16).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들이다”(에페 4,24).
- 2505 진리 또는 진실은, 인간이 자신의 행동으로 참된 것을 보여 주고, 자신의 말로써 참된 것을 드러내며, 이중성과 위장과 위선을 피하게 하는 덕목이다.
- 2506 그리스도인은 행위와 말에서, “우리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2티모 1,8) 한다. 순교는 신앙의 진리에 대한 최상의 증거이다.
- 2507 사람들의 명성과 명예를 존중하려면, 비방하거나 중상하는 일체의 태도나 말을 삼가야 한다.
- 2508 거짓말은 이웃을 속이려는 의도로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 2509 진실을 거슬러 죄를 지은 사람은 배상을 해야 한다.
- 2510 황금률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그것을 알려 주는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
- 2511 “고해성사의 비밀은 불가침이다.”251) 직업상의 비밀도 지켜야 한다. 타인에게 해가 될 비밀은 누설하지 말아야 한다.
- 2512 사회는, 진리와 자유와 정의에 입각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대중 전달 수단을 사용하는 데에서, 인간은 마땅히 절제와 규율을 지켜야 한다.
- 2513 미술, 특히 성미술은 “그 본질상 인간 작품으로 어느 정도 표현해 보려는, 하느님의 무한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며, 그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자기 작품으로 인간 정신을 경건하게 하느님께 돌리는 데에 크게 이바지할수록 그만큼 더욱더 하느님께, 하느님 찬미와 현양에 바쳐진다.”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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