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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대본당 온라인 주일학교 유튜브 화면 캡쳐. |
코로나19로 미사가 중단되고 주일학교 개학이 늦춰지면서 본당에서 청소년ㆍ청년을 담당하는 사제와 주일학교 교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사도 없고 교리도 없는 느슨해진 신앙생활에 학생들이 익숙해지는 상황을 우려해서다. 몇몇 본당에선 신앙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SNS와 유튜브 등을 활용한 온라인 사목에 발 벗고 나섰다.
부산 이기대본당 청소년분과 홍보팀은 유튜브에 온라인 주일학교를 열었다. 10일에는 ‘2020 첫 만남’을 주제로 초등부와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단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14일에는 평소 본당 주일학교 교리 시간이 있는 시간에 맞춰 오후 2시 30분엔 초등부 교리 영상을, 오후 5시 30분엔 중고등부 교리 영상을 게재했다. 대본을 만들고, 자료를 준비하고, 교리 내용이 틀린 게 없나 검토한 뒤, 촬영, 편집을 거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본당 사제와 교사들은 주일학교 개학이 연기되는 것을 마냥 손 놓고 볼 수는 없었다. 한상엽 보좌 신부는 “학교와 학원, 대학 등에서 온라인 강의를 하는데 우리도 준비해보자고 교사들과 마음을 모았다”고 했다. “덕분에 교사들도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됐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학생들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흥5동본당 보좌 김여욱 신부는 4일부터 매일 자신의 유튜브(Yw F Kim)에 ‘신부님과 함께하는 오늘의 미션’ 영상을 올리고 있다. 효도하기, 식사 전ㆍ후 기도하기, 이웃 사랑하기, 화살 기도하기 등과 같은 작은 실천을 미션으로 내준다. 미사와 교리 없이 사순 시기를 지내는 청소년들을 위해 제작했다. 주일학교 교사들은 매일 학생들과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미션 수행을 확인한다. 김 신부는 “주일학교 교사들과 함께 고민한 결과”라면서 “학생들이 성당에 안 나오지만, 스마트폰은 매일 사용하니 이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압구정동본당 부주임 김광두 신부는 8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청년들과 만났다. 평소에도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영상 교리 등을 유튜브에 공개해 온 김 신부는 실시간으로 청년들과 대화하고 주일 복음 말씀도 함께 읽었다. 김 신부는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화상 통화로 본당 청년성서모임 요한 그룹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광두 신부는 “장비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만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는 SNS를 통해 ‘포 유스 ON 챌린지’(for youth ON challenge)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로 함께하는 미사와 모임은 잠시 멈춘 상태지만, 신앙은 계속(ON)된다는 의미다. 포 유스 온 챌린지는 SNS에 각자의 신앙생활 모습을 올리고 공유하면 된다. 캠페인 참여자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를 손글씨로 찍어 올리거나, 묵상한 성경 구절을 올리며 참여하고 있다. 또 온라인상에서 친구를 맺고 있는 청소년과 교사를 지목해 캠페인을 이어가도록 독려하며 신앙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인천교구 청년ㆍ청장년부 1945’를 운영하는 한덕훈ㆍ정희채 신부는 사순 제1주일부터 오후 7시 청년 미사를 유튜브로 진행하고 있다. 또 사순 시기 매주 수요일에는 ‘함께하는 거룩한 독서’를 방송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미사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동안 온라인으로 성경 쓰기, 밤 9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모경을 바친 뒤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 바치기, 하루 묵주기도 5단 바치기 등을 SNS로 공유하며 청소년ㆍ청년들이 신앙생활을 이어가도록 돕는 본당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와 같은 대응은 임시방편일 뿐 장기적으로 비상사태에 대비해 교구나 한국 교회 전체 차원에서 사목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소년ㆍ청년을 담당하는 보좌나 부주임 사제가 없는 본당은 청소년ㆍ청년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3월은 첫영성체 교리반 대상자를 모집하고 학생과 학부모 교육을 시작할 시기지만 대부분 본당이 교육 일정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일학교의 가장 큰 행사인 ‘여름 신앙 캠프’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의정부교구 화정동본당 부주임 이종원 신부는 “청소년ㆍ청년들이 신앙생활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데, 코로나19를 이유로 미사에 빠지는 데 대해 죄책감조차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여욱 신부는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라 당혹스럽지만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고민에서 끝나지 말고 무엇이든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