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이 “더 이상 국민의 희생이 없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중재적 입장을 건의한다”며 최근 의정갈등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이후 교육부가 의료계가 요구해온 ‘조건 없는 의대생 자율 휴학’을 받아들이면서 갈등해소의 실마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10월 28일 “정부와 정당, 의사단체들은 의료대란을 종식하기 위해 책임 있고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주시길 호소한다”며 “의대생 휴학계 처리 문제는 더 이상 의료 현장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종단 지도자들은 또 “의료계도 국민 건강과 역사에 오점이 남지 않도록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한다”며 “의대 정원은 2026학년도부터 원점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이미 결정된 2025학년도 의대 입시 정원은 각 대표 단체가 참여하는 객관적인 추계기구를 구성해 학사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이튿날인 10월 29일 조건 없는 의대생 자율 휴학을 승인하면서 “학생 복귀와 의대 학사 정상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입장을 비롯해 대학 현장과 국회 등 사회 각계 의견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내년 복귀가 전제돼야 휴학을 승인할 수 있다던 기존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의사정원 문제 등을 논의할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의사단체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여·야간 입장도 달라 당장 출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기존과 변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 국민의힘은 협의체에 참여한다고 밝혔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한 지난 2월 이후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진료·수술을 제때에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병원들의 수익도 크게 악화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와 국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국립대병원 10곳의 올 상반기 손실액은 412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손실액(1612억 원)의 2.6배를 기록했다.
지난 2~8월 의대 40곳의 수련병원 88곳에서 사직한 전문의는 275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늘어나는 등 의료진 붕괴가 심각한 상태다. 서울 주요 병원에서 신규 간호사들의 채용도 미뤄졌고, 무급휴가에 돌입하는 경우도 속출하는 등 의료계 전반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