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눈] 대통령의 부부싸움

(가톨릭평화신문)

“앞으로 부부싸움 많이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신중한 처신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숙이고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잘 챙기고 잘 살펴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걱정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는 달리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은 변명과 남 탓으로 이어졌습니다.

먼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부적절한 일을 하거나 감출 것도 없다”면서 세간의 의혹을 모두 부정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초기에는 도움을 받았지만, 경선 막바지에는 연락하지 말라했다고 밝혔습니다. 전화번호도 지웠다고 했습니다. 그럼 왜 대통령 취임식 전날에 통화했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매정하지 못해서” 전화를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김영선 의원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인수위 시절에 너무 바빠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고, 누구에게 공천을 주라고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며 의혹을 반박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질문에도 답했습니다.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과 관련해 “국민이 싫다고 하면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반드시 해야 하는 대외 활동을 제외하고는 김 여사의 대외 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부부싸움도 많이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대통령 부인이 남편을 돕는게 무슨 문제냐며, 이런걸 국정농단이라고 부르면 국어사전을 다시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디올백 수수처럼 김 여사를 둘러싼 사건이 계속 나오는 이유를 김 여사가 “좀 순진한 면이 있어서” 그런 의혹이 생겼다고 답했습니다. 마치 잘못될 일도 아닌데 억울하게 사건이 만들어졌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러면서 야당에서 요구하는 특검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특별감찰관도 모두 거부했습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지금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027년 5월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기를 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국회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국회가 난장판이라 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야당과 대화하지 않고 계속해서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일명 김건희 라인의 정리 같은 즉각적 전면적 인적 쇄신도 거부했습니다. 오히려 언론이 갈등을 부추기고 자신을 악마화했다며 국정운영 난맥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았습니다.

지금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대통령이 변하길 바랬고 기다렸습니다. 총선을 비롯한 많은 선거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은 모든 문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보여준 윤 대통령은 귀를 닫은 것처럼 보입니다. 사과는 했지만 무엇이 잘못인지는 몰라 보입니다. “매정하지 못해서” “순진해서”와 같은 고백은 개인이 고해성사로 사제에게 할 죄의 고백이지,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유권자인 국민에게 할 말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잠든 사이에 부인이 대통령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낸다는 대답에는 실소도 나왔습니다. 국왕이 다스리는 나라도 아니고 여사 의혹 재발 방지 대책이 “부부싸움”인 국가에 사는 국민은 이제 어떻게 살아가며 행동해야 할까요?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대통령의 부부싸움>입니다.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과 부인의 의혹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쇄신하기를 다시 한 번 더 기도하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