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평화신문)

레오 이냐시오 만진 성인은 1857년 7월 30일 독일과의 접경 지역인 프랑스 동부 모젤 강가의 베르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성소에 관심이 많았던 레오 이냐시오 만진은 1875년 11월 5일 아미앵의 예수회에 입회해 루뱅에서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중간기 실습생 때에는 리에주의 성 세르바누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1882년 6월 중국 선교사로 파견된 레오 이냐시오 만진은 중국어와 신학을 공부하고, 1886년 7월 31일 중국 하북성 헌현 장가장(河北省 獻縣 張家莊) 주교좌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고성에서 첫 사목을 시작한 그는 선교사로서 훌륭한 판단력과 현명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1899년 11월 의화단 운동이 일어났을 때 교회에 대한 박해가 가장 극심했던 지역이 경주현 주가하(景州縣 朱家河)였는데, 이곳은 그의 사목 관할 지역이었습니다. 의화단 운동은 중국 청나라 말기에 일어난 외세 배척 운동입니다. 의화단의 교회 습격과 외국인 박해가 심해지면서 인근 신자 3000여 명이 성 바오로 덴 신부를 따라 주가하 마을로 피난을 오기도 했습니다. 레오 이냐시오 만진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베풀고 성체를 영해주며 부녀자들을 성당으로 피신시켰습니다.

1900년 7월 17일에는 청나라 관군과 의화단 1만여 명이 주가하 교우촌으로 쳐들어왔습니다. 이때 벌어진 전투로 수많은 신자가 숨졌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 신자들은 신앙과 절개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우물에 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성당 안에 피신해 있던 부녀자와 노인들은 의화단이 지른 불에 희생되었습니다.

레오 이냐시오 만진 역시 끝까지 신자들과 함께하다 청나라 관군과 의화단이 쏜 총에 맞아 순교했습니다. 7월 20일까지 단 사흘 동안 3000여 명의 신자가 순교했습니다. 의화단 운동은 청나라 정부가 지지하고 대외 선전포고를 하였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8개국의 연합군이 베이징을 점령해 진압됐습니다.

레오 이냐시오 만진은 다른 세 명의 예수회원 순교자들과 1995년 4월 17일 비오 12세 교황에 의해 시복되었고, 2000년 10월 1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중국 교회 120명의 성인 중 한 명으로 시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