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앱 통해 이성 만날 땐 로맨스 스캠 주의

(가톨릭평화신문)

다양하고 기능이 뛰어난 디지털 기기들은 우리를 편리한 삶으로 이끌어 주지만, 견고한 숨바꼭질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8장 사랑을 무너뜨리는 장애물

전개 2. 디지털 성범죄(1)

2020년 우리를 놀라게 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 착취 범죄인 ‘N번방’ ‘박사방’이 그것입니다. 이 사건은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여성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서 몰래 촬영하거나, 협박과 그루밍을 통하여 얻어 낸 영상들을 동의 없이 온라인에 유포하고, 대화방 등에서 불법 영상을 소비하는 범죄적 행위였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디지털 기기와 정보 통신 기술을 매개로 온·오프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젠더 기반 폭력으로, 당사자의 동의나 인지 없이 신체를 촬영하거나 유포·유포 협박·소지·구입·저장·전시·합성·제작하는 행위,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의 성적 자율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포괄하여 말합니다.

현대 사회는 다양하고 기능이 뛰어난 많은 디지털 기기들이 나와 있고, 이 기기들은 우리를 편리한 삶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삶을 편리하게 해 주고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까지 해결해주는 디지털 기기들은 견고한 숨바꼭질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연필 하나 들고 글씨 쓰는 것을 배울 때도 연필 잡는 법, 책을 받치는 것까지 배워서 글을 써 왔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기기의 경우, 돈만 내면 디지털 안에 있는 세상은 내 세상입니다. 어떤 것이 옳은 행위이고, 어떤 것이 범죄인지 사회가 알려 주지 않습니다.

만일 당신이 랜덤 채팅, 오픈 채팅을 하거나 연애 앱을 깔아 놓았다면 바로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최근 연애 앱 사이에서 ‘로맨스 스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로맨스 스캠’이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연애 앱을 통하여 관계를 맺고 피해자의 관심을 얻어 그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사기의 일종으로, 피해자의 금품이나 은행 계좌· 신용 카드·여권·전자우편 계정·주민등록번호에 접근하여 이익을 취하는 신종 범죄입니다.

개인 정보에 대해서 ‘조금 노출되면 어때?’ ‘요즘엔 내가 알려 주지 않아도 다 알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미 SNS에는 이름과 얼굴, 개인적인 정보들이 공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더욱더 개인 정보 노출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이것들을 가지고 협박을 해 오기 때문입니다. 나의 아이디·비밀번호·학교·주소·휴대전화 번호·전자우편 계정·SNS 계정 등을 통해서 나를 특정하여 내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내 주변에 대하여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 한 장을 올리더라도 내 개인 정보가 너무 많이 드러나는 것들은 가리거나 처음부터 올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전개 내용 다음 호에 계속)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5



덧붙이는 묵상

디지털 시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귈 기회가 매우 많아졌습니다.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다른 말로 유혹이 많아졌다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흐름에서 생겨난 새로운 범죄, ‘로맨스 스캠’이 사회에 충격을 주는 이유는 말 그대로 고결한 사랑을 빙자한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성범죄’라는 단어에 성(性)이 포함됐다고 해서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이름과 얼굴을 제대로 알지 못해도 디지털 성범죄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존 성범죄와는 달리, 디지털 성범죄가 더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같은 피해로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을 돌보는 한 수녀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사랑하는 법도 교육이 필요해요.” 가톨릭교회는 온라인이나 웹을 통해 이성을 만나는 것 자체를 잘못됐다고 가르치진 않습니다. 하지만 랜덤 채팅·앱 등을 통해 이성을 만날 때엔 상대에 대해 더 정확히 알고, 그렇지 않을 경우 서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