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필요한 도예, 기도와 닮았죠”

(가톨릭평화신문)
작업실에서 만난 양승원 작가.



“흙덩어리가 작품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2주일
  흙은 유연하고 연약하지만 불 만나 단단해져
  사람의 마음도 믿음의 시간 지나야 깊어지죠”


“도예는 손으로 흙을 빚는 행위인데, 말랑말랑했던 흙이 제 손을 통해 점점 굳어지고 가마에서 단단해지는 모습이 기도를 하면서 단단해지는 마음과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서울 중구 오장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2025 ‘갤러리 1898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에 당선된 양승원(글로리아, 27) 작가를 만났다. 2021년 공모전이 시작된 이래 당선작이 도예 부문에서 선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머니가 전시 보러 1898 갤러리에 가셨다가 공고를 보고 알려주셨어요. 모태신앙이고 지금 본당에서 성가대 활동도 하고 있지만 성미술을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돼서 얼떨떨하고, 한편으로 관련 작품 활동을 계속하라는 신의 계시인가 싶기도 해요.”

미국 필라델피아 예술대학교에서 도자공예를 전공한 그녀는 그간 주로 산과 구름 등 자연을 형상화한 추상적인 작품을 만들어왔다. 평생 환경과 농민들의 삶에 관심을 둔, 선종한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눈물을 내비쳤다.

“안동교구에서 열심히 활동하셨고 두봉 주교님과도 친하게 지내셨어요. 가톨릭대에 각막 기증도 하셨는데, 장례식 때 새삼 할아버지의 삶이 보였고, 저도 학업을 핑계로 소홀했던 신앙생활을 다시 열심히 하게 됐어요.”

그녀는 흙덩어리가 하나의 작품이 되기까지 적어도 2주는 소요되는 도예가 기도와 닮아있다고 말한다. 모양을 만들고·굽고·건조하고·유약을 바르고·다시 굽는 오랜 기다림과 반복의 과정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묵상의 시간이라고.

“흙은 유연하고 연약하지만, 불을 거치며 단단해지거든요. 사람의 마음도 믿음의 시간을 지나면서 점점 정제되며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15점을 선보이는 그녀의 첫 개인전은 13일까지 갤러리 1898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기도하는 손·십자가·세례성사를 표현한 물방울 등을 준비했다. 7월 말(7.28~8.3)에는 ‘2025년 젊은이들의 희년 세계청년대회(WYD) 1004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이탈리아 로마에도 갈 예정이다.

뭔가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그녀 역시 아직은 자신의 길을 모색 중인 평범한 청년 예술가다. 공예클래스를 운영하기도 하고, 일정 시간은 전혀 다른 일을 하며 통장 잔고를 채운다.

“이렇게 계속 작품 활동을 해야죠. 작업을 하면서 저를 좀더 알아간다고 생각해요. 제 내면이 평화로워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를 돌보고 사랑하는 노력부터 하려고요. 하느님이 지켜보고 계실 테니까요.”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