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공포가 우리 생활 속으로 깊이 침투해 들어왔어요! 공습 경보가 울리면 방공호로 피신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지난 6월 13일부터 열흘 넘도록 이어진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로 전 세계가 또다시 전쟁의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이스라엘 예루살렘 현지에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미숙(살레시오수녀회 중동관구) 수녀가 본지에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해왔다. 당시 이란이 쏜 미사일은 수도 텔아비브뿐만 아니라, 예루살렘 여러 곳에도 떨어져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이 수녀는 “이번 전쟁은 이란의 최첨단 무기들이 군 관련 시설은 물론, 민간인 지역까지 가리지 않고 공습해 언제 어디로 폭탄이 날아들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며 당시 공포스러웠던 시간을 전했다.
이 수녀는 “지금까지 제가 중동 지역에서 겪은 전쟁은 ‘우리의 생활 공간’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위치에서 벌어지곤 했는데, 이번에는 일상 공간까지 무참히 부순 공격으로 아비규환이 됐다”며 “뉴스에서 보던 큰 피해가 바로 옆에서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 수녀는 2011년 시리아에 처음 선교사로 파견된 이후 중동에서 머문 기간만 14년째에 이른다. 주님을 알리고자 지구촌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 이웃들을 찾아갔기에, 전쟁과 테러의 참상을 수도 없이 목격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이 수녀에게도 이번 전쟁의 충격은 어느 때보다 컸다. 전쟁의 화염이 현지 수도자들의 생활 공간까지 영향을 끼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수녀와 현지 수도자들은 열흘 넘게 죽음의 공포 속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녀원 숙소 내에 방공호가 있어 바로 피신할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이 수녀는 연로한 여러 동료 수도자가 행여 제대로 피신하지 못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막상 공습이 시작됐을 때엔 모두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동료를 지키고자 한 마음과 함께 선배 수도자들이 일궈둔 선교지를 지키고자 했던 후배 수도자로서 의지이기도 했다.
“이곳엔 98세 수녀님도 계십니다. 수녀님을 모시고 몇 번을 방공호로 피신했지만, 하루에도 수차례 울리는 공습 경보 때마다 수녀님과 함께 피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어떤 때는 모두가 피신을 포기한 채 수녀님 곁을 지키기도 했습니다.
수녀님과 함께 있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주님의 성지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선배 수도자들이 숱한 전쟁 중에도 이 공동체와 성지를 지켜왔듯이 우리 역시 이곳을 지키는 것이 소임이요, 제 몫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수녀는 계속된 전쟁 중에도 예루살렘을 거점 삼아 펼쳐온 레바논·요르단·시리아의 가난한 이들을 돕는 사도직 활동을 이어왔다. 전쟁 중에도 계속 연락을 취하며 이들의 상황을 파악하는 등 더 어려운 이웃을 챙겼다. 공습으로 잠시 발이 묶였지만, 상황이 다소 안정된 현재 무엇보다 미디어의 시선 밖에서 가장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정을 돕는 활동을 시급히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란과 전쟁을 벌이던 중에도 마찬가지였지요. 프란치스코 수도회를 중심으로 저희는 가자지구에 식료품을 비롯한 생필품을 지원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전쟁의 피해를 입은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언제쯤이면 이들이 고통과 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마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평화가 주어진다면 이스라엘의 평화 역시 보장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