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개최된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자연과 하느님 이해' 학술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종합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떼이야르 드 샤르댕 연구회(이하 떼이야르 연구회)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는 6월 2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자연과 하느님 이해’를 주제로 첫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인간과 세계, 우주와 하느님에 관한 진화론적 사상을 신학에 도입해 이성주의가 중심인 세상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당성을 설명해낸 떼이야르 드 샤르댕(1881~1955) 신부의 신학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 등 기술의 도전 속에 신앙의 길을 생각하는 자리였다.
떼이야르 연구회 회장 오수영(요셉, 영남대) 교수는 첫 발제에서 샤르댕 신부의 저서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를 중심으로 그의 신학사상을 설명했다. 오 교수는 “샤르댕 신부는 계몽주의와 근대성이 그리스도교 전통을 옛 체제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자연과학적 진화설을 일정 부분 긍정하며 창조 세계 안에서 인간 역시 일부분이고 진화의 운동법칙 또한 하느님 역사의 섭리임을 증명하는 데 일생을 바친 분”이라며 “진화론을 신학에 도입해 과학과 종교의 조화를 꾀하고 나아가 우주의 미래를 예시해 현대 그리스도교 신학계로부터 예언자적 신학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곽진상(수원교구 서판교본당 주임) 신부는 ‘떼이야르의 우주적 그리스도론’에 대해 전하며 자연 세계 안에 실재하는 하느님 현존을 증거하고자 한 샤르댕 신부의 노력을 소개했다. 곽 신부는 “샤르댕 신부는 ‘주님은 살아 계시다’라는 말씀에 주목했는데, 이 말 뜻은 주님께서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활동하시는 분이라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주님께서는 우주 전체를 이끄시는 진화의 ‘원동자’이시고, 마지막 완성을 이끄시는 ‘수렴자’라는 것을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곽 신부는 특히 “샤르댕 신부의 우주적 그리스도론은 그리스도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근본적이고 우선적인 작업”이라며 “이를 통해 샤르댕 신부는 그리스도의 계시 진리를 더욱 강화해 영혼 구원의 측면을 넘어 모든 인류와 만물을 포함하는 집단적·공동체적 구원이야말로 하느님의 숭고한 뜻이라는 점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샤르댕 신부는 전통 신앙을 보존하고 그 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자연 안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번역해 한국에 샤르댕 신부의 신학을 알린 이병호(전 전주교구장) 주교도 함께했다. 이 주교는 “샤르댕 신부는 생전 ‘과학’을 다룬다는 이유로 신앙을 버릴 것이란 오해를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당시에는 ‘낡은 것’으로 치부되던 신앙에 생명력을 부여한 샤르댕 신부의 모습은 현재 인공지능 등 기술의 도전을 받는 우리에게도 본보기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