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5년, Gerbrand van den Eeckhout작, 'St Francis of Assisi'
서문 (02) :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는 다양한 성인과 영성가들의 사유가 들어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첫머리에 놓을 수 있는 분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San Francesco d'Assisi, 1181~1226)입니다. 교황님은 2013년 교황 선출 당시 스스로의 이름을 ‘프란치스코’로 정하셨습니다. “로마 주교로 선출되면서 저는 그분의 이름을 저의 길잡이요 영감으로 삼았습니다.”(10항)
그래서인지 「찬미받으소서」에서도 통합 생태론의 모델로 프란치스코 성인을 제시하십니다. “저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취약한 이들을 돌보고 통합 생태론을 기쁘고 참되게 실천한 가장 훌륭한 모범이시라고 생각합니다.”(10항) 이처럼 교황님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해와 달 또는 가장 작은 동물들을 바라볼 때마다 모든 피조물과 함께 찬미하며 벅찬 노래를 불렀습니다”(11항)라면서 성인의 삶의 방식과 태도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칙 이름도 프란치스코 성인이 하느님께 드리는 찬가인 ‘피조물의 찬가’(태양의 찬가) 후렴구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모든 피조물과 함께, 주님은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멘.”에서 빌려왔습니다. 성인은 이 찬가에서 태양을 형제로, 달을 누이로, 대지를 어머니로 찬양했습니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누이며 어머니인 대지로 찬미받으소서, 저희를 돌보며 지켜주는 대지는 온갖 과일과 색색의 꽃과 풀들을 자라게 하나이다.”(1항) 그리고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성인은 새와 이야기를 나누고 꽃과 나무를 청중으로 삼아 하느님 말씀을 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회칙의 앞부분에서 이 점에 대해 언급하고 계십니다.
“그분에게 모든 피조물은 사랑의 유대로 자신과 결합된 누이였습니다. 그래서 성인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돌보아야 한다는 소명을 느끼신 것입니다.”(11항) “성인께서는 모든 피조물과 대화를 나누고 심지어 꽃 앞에서 설교하시며 ‘꽃이 마치 이성을 지닌 듯 주님을 찬미하도록’ 초대하셨습니다.”(11항)
이처럼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우리의 공동의 집이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 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와 같다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1항)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누이가 지금 울부짖고 있습니다.(2항)
글 _ 이용훈 주교 (마티아, 천주교 수원교구장)
1979년 3월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제품을 받았다. 1988년 로마 라테라노 대학교 성 알폰소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주교로 서품되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