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 교정사목 - 슬기로운 교도관 생활

(가톨릭신문)

교정사목을 하다 보면 수용자 못지않게 자주 만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교도관, 교정직 공무원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흔히 교도관을 ‘간수’라 부르며 단순히 죄수를 관리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만나본 교도관은 결코 단순한 직업인이 아닙니다. 담장 안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며 수백 명의 수용자와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고단하고도 치열합니다.


교도관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됩니다. 엄격한 인원 점검, 출역 관리, 수용자 상담, 민원 처리, 각종 사고 예방까지, 그들의 일상은 긴장의 연속입니다. 특히 최근의 교정시설은 과밀 수용 문제가 심각해 한 명의 교도관이 감당해야 할 수용자 수가 늘어나면서 업무의 강도와 피로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언제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늘 긴장 속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교도관의 역할은 단순히 질서 유지에 머물지 않습니다. 때로는 수용자의 유일한 대화 상대가 되기도 하고, 억울함을 들어주는 상담자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다수 교도관은 수용자분들의 올바른 사회복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때론 무뚝뚝한 듯 보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따뜻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도관의 사명은 쉽지 않습니다. 수용자와의 거리를 좁히자니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거리를 두자니 인간적인 돌봄이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교도관은 늘 경계와 돌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심리적 소진과 스트레스는 상당합니다. 사회적 시선은 냉랭하고, 근무 환경은 열악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현장을 묵묵히 지켜내는 분들이 있기에, 교정시설이 바르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특별히 천주교 담당 교도관은 저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동반자입니다. 그분들이 없다면 사목 역시 구체화되기 어렵습니다. 사목자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동의 분위기와 교정시설 내의 여러 상황 등을 고려하십니다. 때로는 사동 담당자와 출력 담당자와 의견을 나누며 보다 구체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교도관이 단순히 감시자나 관리자라는 인식을 넘어, 사회 안전을 지키는 숨은 주역으로 사회로부터 존중받기를 희망합니다. 동시에 교도관 스스로도 회복과 성장의 주역으로서 보다 높은 긍지를 갖기를 희망합니다.


“낙심하지 말고 계속 좋은 일을 합시다. 포기하지 않으면 제때에 수확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갈라 6,9)



글 _ 유정수 루카 신부(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