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 주교들이 원폭 피해지 일본 히로시마에 모여 전쟁의 아픈 기억을 돌아보고 젊은 세대에게 평화를 전하는 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한일 주교단은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히로시마교구에서 ‘전후 80년의 흉터와 희망: 젊은 세대에 평화를 연결하기 위해’를 주제로 제27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을 열었다. 이번 모임에는 한국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와 일본 주교회의 부의장 우메무라 마사히로(라파엘) 주교 등 양국 주교 33명이 참석했다. ▶관련기사 11면
주교단은 ‘한일 교회의 다리가 된 조선학교’, ‘한국의 관점에서 본 원폭 자료관’ 등의 강의를 들으며 태평양 전쟁 희생자들의 고통과 한일이 함께 성찰해야 할 역사에 대해 귀 기울였다. 아울러 세계 평화를 위한 교회의 책임과 과제를 재확인했다.
삿포로교구장 가쓰야 다이지(베르나르도) 주교는 “전후 80년을 맞은 지금, 사람들 속에서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가운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올바르게 전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라면서 이번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주교단은 야마구치현 조세이 탄광 수몰 참사 추도비,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 등을 찾아 전쟁 중 강제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왔다가 희생당한 한국인들을 기억하고 추모했다. 추모기도를 마친 후 일본 나고야교구장 마쓰우라 고로(미카엘) 주교의 제안으로 <고향의 봄>을 함께 불렀다.
주교단은 이 밖에도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양국 젊은이들이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평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교류 프로그램을 증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용훈 주교는 “배는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거친 파도를 헤치며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존재하듯,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과거 아픔의 상처 속에서도 미래의 바다로 나아가는 용기”라며 “우리가 이 교류를 이어가는 이유는 단지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화해와 평화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제28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은 2026년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전주교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