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자정 학원수업, 청소년 생명·휴식권 위협” 강력 우려

(가톨릭신문)

“학원 수업이 자정까지 연장되면, 친구들 대부분이 뒤처지지 않으려고 그 시간까지 수업을 들으려 할 거예요.”


고등학교 2학년 최율리에타 양은 주중 5일을 학원에서 보내고, 그 외 시간에는 과외와 인터넷 강의까지 병행하고 있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 곧장 학원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서울시 조례에 따라 밤 10시까지만 수업이 가능해 비교적 이른 시간에 귀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 양은 “학원이 끝난 뒤에도 학교 과제를 정리하고 씻는 시간을 빼면 수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놓는다.


이미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는 학생들의 현실에서, 학원 교습 시간이 자정까지 연장될 경우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서울시의회가 고등학생의 학원 교습시간을 밤 10시에서 12시로 연장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하자, 학생·시민사회는 물론 교회 안팎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청소년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침해하고,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주교회의 교육위원장 조환길 대주교(타대오·대구대교구장)는 11월 11일 대구대교구청 성모당에서 봉헌한 ‘수험생을 위한 기원미사’ 강론에서 해당 조례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조 대주교는 “기성세대가 우리 사회를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며 “학생과 젊은이들을 경쟁과 죽음으로 내모는 교육이 아니라 실수하고 뒤처지더라도 희망을 주고 생명을 나누는 교육을 해야 하고, 그런 사회가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동성고등학교 교장 조영관 신부(에릭·주교회의 교육위 총무)도 “학원 교습 시간을 자정까지 연장하면 학생을 입시 경쟁의 도구로 보는 구조가 심해지고 전인적 성장을 저해해 가톨릭이 추구하는 교육철학에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학교 수업에도 지장을 미쳐 교사들이 수업의 질을 높여도 효과가 반감된다”며 “조례가 개정되면 그간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해온 교장·교원들의 노력이 구조적으로 무력화될 것”이라고 반대 뜻을 밝혔다.


이번 조례안을 발의한 정지웅 의원 등 서울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학습권 보장과 타 시·도 교육청과의 교육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육 시민단체들은 “학습권이라는 명분 아래 청소년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교육계의 의견만 반영하고, 교육계 전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조례안을 발의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개정조례안은 11월 24일 현재 소관위원회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부쳐져 계류 중이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