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옥경ㆍ박진호씨 부부가 자녀들과 쇼트트랙 출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세영 선수, 이옥경씨, 박승희 선수, 박진호씨, 사촌 정지웅 선수. 박승주 선수는 훈련일정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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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병점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옥경(데레사, 47, 수원교구 병점본당)ㆍ박진호(요셉, 53)씨 부부 집에는 국가대표 스케이트 선수가 5명이나 산다. 선수촌이 따로 없다.
부부네 식구는 자녀 박승주(마리아, 23, 여자스피드스케이팅)ㆍ승희(리디아, 21, 여자쇼트트랙)ㆍ세영(이냐시오, 20, 남자쇼트트랙) 선수 삼남매와 조카 정지웅(아브라함, 19, 남자쇼트트랙) 선수, 5년째 함께 사는 같은 종목 동료 김아랑(예비신자, 19, 여자쇼트트랙) 선수다. 김 선수는 집이 지방이어서 함께 지내고 있다.
부부는 삼남매인 자녀 모두를 스케이트 국가대표 선수로 키웠다. 쇼트트랙 박승희ㆍ세영 선수는 내년 2월 열리는 소치 겨울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스피드스케이팅 500ㆍ1000m 국가대표 출신인 맏이 박승주 선수가 9월께 열릴 대표 선발전에 통과하면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삼남매가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자녀 한 명에게 태극마크를 달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부부는 삼남매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할 꿈 같은 날을 기대하게 됐다. 게다가 친척(정지웅 선수)과 이웃사촌(김아랑 선수)까지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 지내게 하면서 온정을 베풀고 있다. 김아랑 선수는 박씨 가족이 모두 천주교 신자여서 자연스레 성당에 나가게 됐다. 올 성탄절에 세례를 받을 예정이다.
엄마 이옥경씨는 "한 집안에 국가대표 선수가 3명이나 있다는 얘기를 하면, 우리가 부잣집인 줄 아는 분이 많다"며 "집을 팔아 선수를 키워야 했기에 이사를 많이 다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남편 박씨는 "원래 수원이 집이었는데, 큰딸(승주)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여서 국내 유일한 연습장이 있는 태릉까지 데려다주고 데려오느라 그동안 아내가 고생이 많았다"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아내 이씨는 "이제는 은퇴한 남편이 저를 대신해 아이들을 챙겨준다"며 "내가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어 가장이 바뀌었다"고 웃었다.
이씨가 처음부터 자녀를 국가대표로 키우려고 한 것은 아니다. 빙상의 `빙`자도 몰랐던 그는 스케이트를 타면 무조건 김연아 선수처럼 `우아하게`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줄만 알았다. 엄마 권유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남매는 운동에 푹 빠져버렸고, 아예 선수가 되기로 결심하게 됐다.
박승주 선수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점이 궁금했다. 박승희 선수는 개인적 성향 때문이라며 "작전을 잘 짜야 하고, 몸싸움이 심한 쇼트트랙에 비해 스피드스케이팅은 홀로 자신과의 싸움(기록 갱신)을 즐기는 신사적인 경기"라고 말했다.
신앙생활에 대해 부부는 국가대표 선수 다섯을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자신들 신앙생활은 국가대표처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선종 직후 서울성모병원에 시신을 기증했을 정도로 독실했던 삼남매의 외할아버지(이강만 바오로) 영향으로 이씨 가정은 언제나 화목하다. 늘 기쁘게 사는 부부를 닮고 싶어 부부를 따라 성당에 다니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부에게는 이것 또한 더 없는 기쁨이다.
부부는 늘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연습한 대로 경기마다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면서 "올림픽 금메달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지요"하며 다시금 웃음을 지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