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 미세플라스틱, 계속 드실래요?
(가톨릭평화신문)
주부 하늘씨는 더위로 지친 가족들을 위해 밤새 땀이 밴 침구들을 세탁기에 털어 넣는다. 오늘 밤 부드럽고 향긋한 이불에 기분 좋아할 가족들을 떠올리며 세제와 섬유 유연제를 듬뿍 붓고 서둘러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메뉴는 미역 냉국과 생선구이. 외국의 어느 바다에서 죽은 고래 뱃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잔뜩 들어있더라는 뉴스에 눈살을 찌푸리며 혹시라도 생선살에 플라스틱 조각이라도 있을까 봐 살피고 씻기를 반복한다. 설사 생선 뱃속에 플라스틱 조각이 좀 들었어도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 조각만 씻어내고 먹는다면 안전하지 않을까?
지금 세계는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전쟁 중이다. 최근 영국에서 발행된 ‘미세 해양 오염물 국제목록’ 논문은 바다에 15~51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고 추정한다. 지난해 2월 「사이언스」지에 실린 ‘해양 미세입자 쓰레기’ 관련 논문을 보면 최소 480만t에서 최대 1270만t에 이르는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이 쓰레기들은 파도나 자외선 등에 의해 잘게 분해돼 미세 플라스틱 입자 상태로 바다를 오염시킨다고 소개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통상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으로, 플랑크톤이 먹이로 오인하고 섭취할 수 있는 크기이다. 이를 먹은 플랑크톤을 먹이사슬의 상위자인 바다 생물들이 섭취하면서 미세플라스틱은 점점 더 그들의 몸속에 쌓이게 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 진흥원은 작년 경남 진해, 거제의 양식장과 인근 해역에서 굴ㆍ담치ㆍ게ㆍ지렁이 4종을 채취해 내장과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139개체 중 97%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의 상당량은 세탁기나 화장품 등에서 나오고 있다. 2011년 아일랜드 생태학자 마크 브라우니가 전 세계 18개 지역을 조사한 결과 모든 지역의 하천과 해변의 퇴적물에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등의 합성섬유 옷을 세탁할 때 나온 작은 섬유 조각들이 다량 들어 있었다. 한 벌의 옷을 세탁하면 적어도 1900개 이상의 조각이 나오는데, 특히 폴리에스터 재질은 한 벌 세탁에 수십만 개의 미세 섬유 조각이 나온다고 한다. 피부 각질제거제, 세안제, 치약에도 미세플라스틱들이 들어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16년 5월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은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 속에 침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식수, 어패류, 천일염, 해조류 등에 쌓인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이를 섭취한 인간에게 원인 모를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다.
무더운 밤 가족을 조금이나마 상쾌하게 잠들게 하고 싶은 주부 하늘씨의 세제와 섬유유연제 쏟아 붓기, 생수병 및 일회용 플라스틱이 먹거리 안에 침투해 우리 가족의 입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을까? 결국 조금 불편해도 적게 사고, 적게 쓰고, 적게 버리는 미니멀라이프, 에코라이프가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지구를 건강하게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