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지상 여정의 마무리(임선희 마리아,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가톨릭평화신문)

 

 


2025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이튿날 아침 영원한 안식에 드셨다. 이후 장례 예식이 품위 있으면서도 소박하길 바라신다는 유언이 뉴스가 되는 걸 보며, 의료윤리를 공부하는 의사로서 임종 전 단계에서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심폐소생술 등 연명의료에 대한 유언은 무엇이었는지 찾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없었고, 교황님께서 의사(意思) 능력을 상실하셨을 경우 연명의료결정에 참조할 문서나 결정을 내려줄 대리인이 없는 것 같다는 우려를 담은 보도만 발견했을 뿐이었다. 결국 연명의료에 대해 교황께서 직접 밝히신 의견이 있는지 직접 찾아보게 되었다.

가장 관련성 높은 내용은 2017년 ‘임종’을 주제로 한 세계의사회 유럽 지역회의 참가자들에게 보내신 서한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의학적 개입이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이 되었지만 그것이 항상 이롭지만은 않다. 환자의 전인적 유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치료를 고집하게 만드는 유혹이 있기에 오늘날엔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 비오 12세 교황의 연설 내용처럼, 언제나 가용한 모든 치료법을 시행하거나 받을 의무는 없고, 의학적으로 (효과와 위험이) 균형을 이루지 않는 치료법, 즉, ‘지나치게 열성적인 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합당하다. 그것은 필멸성이라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고, 안락사와 윤리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어떠한 치료가 의학적으로 균형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의사 결정능력이 있다면 환자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의료진과의 대화를 통해 제안된 치료를 평가하고 균형성을 판단할 권리가 환자에게 있다.”

즉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감당해야 하는 위험이 더 큰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은 의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합당하다는 것이고, 환자가 의사능력이 있을 때 의료진과의 대화를 통해 연명치료의 균형성을 판단해 시행 여부를 결정해 두라는 것이다. 비교적 건강하셨던 때에 쓰신 내용이고, 맥락은 다르지만 이를 통해 연명의료에 대한 교황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견해는 가톨릭 생명윤리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것으로 우리 모두가 지상 여정을 마무리할 때 지침으로 삼을 만하다.

한편, 이 지침은 의학적으로 균형 있는 치료라면 육신 생명이라는 근본 선을 지키기 위해 꼭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한 외신에 따르면 교황께서는 의학적으로 균형 있는 치료라면, 그 자체가 고통스러워도 기꺼이 받으셨다고 한다. 자서전 「희망」에 “주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육체적 고통에 참 약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부디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던 분이셨는데 말이다.

한편으론 책임감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은 것을 자서전에서 찾을 수 있었다. 폐 질환으로 생사를 넘나들던 젊은 시절 병문안을 오신 한 수녀님이 교황께 “예수님을 닮아가고 있다”고 하셨을 때, 고통 그 자체는 좋은 것이 아니지만, 고통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마음가짐에서 좋은 것이 피어날 수 있음을 깨달으셨다는 것이다.

노화와 죽음의 고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를 전하신 교황을 기억하며 우리도 지상 여정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것을 피워낼 수 있길 기도하자.



임선희 마리아(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