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지원법에 우려 조항 많아…"장애인 거주시설은 엄연한 지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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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자립지원법'을 두고 시민단체 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탈시설 권리를 요구하며 서울 혜화동성당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교회 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은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자립지원법.

장애인이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입니다.

자립지원법은 21대 국회에서 폐기 후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는데, 이를 둘러싸고 시민단체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달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에 올라 15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습니다.

이들 단체는 장애인이 대규모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교회와 이를 우려하는 단체들은 충분한 돌봄 서비스가 마련되지 않은 채 탈시설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가 추진한 장애인자립지원법 폐지 국민청원은 6만 4천여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된 상태입니다.

지난 달 22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 조규만 주교와 사회복지 사목을 담당하는 이병훈 신부는 국회를 찾아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면담했습니다.

이 신부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지 않은 채, 시설을 벗어나게 하는 건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병훈 신부 / 대구대교구 제 4대리구 사회복지담당>
"(장애인이) 내가 같이 살 곳과 같이 살 동거인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가 항상 이야기 하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19조에 있는 핵심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설에서 강제적으로 동의없이 나오게 되고 사망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생명에 대한 염려를 하고 있고, 자기 결정권에서 염려하는 부분인데…"

이 신부는 현재 자립지원법에는 장애인을 강제적으로 자립시키고, 장애인 거주시설을 일방적으로 탄압할 수 있는 근거 조항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애인자립지원법 제2조 2항은 '장애인이 장애특성과 생활환경에 기반해 지역사회에서 독립된 주체로서 안전하게 생활'할 것을 말합니다. 

이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건 지역사회 자립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 신부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국가가 인정한 '거주지'라며, 시설을 지역사회의 일부로 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역설했습니다.

<이병훈 신부 / 대구대교구 제 4대리구 사회복지담당>
"장애인들도 투표를 하는데 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주소지가 시설입니다. 그래서 시설에서 대통령선거도 하고 나가서 다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올 때 '여기는 내가 사는 곳, 내가 사는 곳'이라고.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 시설은 지역이 아니다. 말을 법안이 하고 있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현재 법안이 탈시설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주호영 / 국회부의장>
"24시간 케어를 받아야 되는데 혼자 내보내가지고 산다고 하는 게 말이 안 돼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돼요. 그리고 결과적으로도 나가서도 제대로 케어가 안돼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다는데 그런 정책을 장려한다는 정책으로 간다는 건…"

조규만 주교는 탈시설 문제를 둘러싸고 교회가 존중하는 생명가치가 왜곡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조규만 주교 /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 
"우리 신부님들 이권 때문에 하는 것 없어요. 말도 못하고 억울한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교회가 하는 거지…"

이날 면담에서 이병훈 신부는 장애인의 안전한 거주환경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 김미애 의원과 관계자들은 "지역사회 주거전환 시 도움을 주기 위해 제정된 법"이라며 "우려스러운 점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