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비울수록 열린다
(가톨릭평화신문)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사제가 전해준 이야기다. 그 사제의 소속 교구는 어느 날 교구민을 대상으로 시노드 체험의 장을 마련했다. 교구가 의욕적으로 준비한 행사였지만 그 모습은 생각과 달랐다. 참석률이 생각보다 저조했던 것이다. 초대했음에도 불참한 이들의 이유는 가지각색이었다고 한다. ‘자신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싫다’는 이도 있었고, 이야기할수록 오해가 쌓이고 답답함만 늘어 대화에 참석하기 싫다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반면 최근 취재한 제23차 소공동체 전국모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건물 곳곳에 퍼져 소그룹 모임을 하는 이들 속에서는 거리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제와 수도자·평신도 모두가 어우러져 함께 기도하고 대화에 빠져 있는 모습은 경건하게까지 느껴졌다. 오전 모임에 이어 열린 오후 모임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대화에 푹 빠져 예정 시간을 크게 넘긴 조가 나올 정도였다.
참석자들은 교회의 현재와 미래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 모두가 깊은 대화에 빠질 수 있었던 원동력을 ‘경청’과 ‘침묵’에서 찾았다. 특히 경청과 침묵 속에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하지 않는 것’을 비결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옆 사람을 통해 성령의 뜻이 전해질 수 있다고 믿으며 물 흘러가듯 두다 보면 대화의 물꼬가 저절로 트이곤 했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자신을 비울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소통이 절실한 현실이다. 그러나 대화하는 이들도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말할 수 없다고, 혹은 전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답답해 한다. 자신이 말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는 대화를 두렵게 여기기도 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자신의 말’만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소통의 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진짜 이야기를 위해선 침묵해야 한다는 역설이 주는 울림이 더욱 절절히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