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도와 쇄신으로 사제직 은총의 불꽃 꺼지지 않길
(가톨릭평화신문)
보편 교회는 거룩한 본성을 회복하는 기쁨의 희년을 보내고 있다. 구약에서 희년은 ‘해방의 해’를 의미하며, 종이 된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하고, 빼앗긴 땅을 본래 주인에게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희년은 하느님 은총에 응답하는 회복의 시간이다.
희년의 해에 맞이하는 사제 성화의 날은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교회가 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는 것은 전 세계 가톨릭 사제들이 자신의 신원과 사명에 합당한 성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제직 소명을 새롭게 다지기 위함이다.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의 모범은 오늘날 사제들이 걸어가야 할 길을 비추는 등불이 된다. 본당 사제로서 그가 지녔던 ‘세속적인 것에 대한 초연함’ ‘모욕을 받아들이는 깊은 겸손’ ‘소외된 이들의 영혼을 돌보는 끊임없는 열정’ 등 성덕은 사제 삶의 본질을 잘 드러낸다.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시노드 교회의 여정 속에서도 사제의 고유한 책임과 소명은 결코 약화돼선 안 된다. 사제의 우월주의는 지양해야 하지만, 사제는 “머리이시며 목자이시며 교회의 배필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존재”(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현대의 사제 양성」 31항)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제의 권위가 공동체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공동체를 향한 섬김과 헌신,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사제직의 본질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그 어느 시대에도 사제는 단순한 성사 집행자·직무 수행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증거하는 증인이 되어야 한다. 끊임없는 기도와 쇄신을 통해 사제직 은총의 불꽃이 꺼지지 않기를,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의 삶처럼 한국 교회 모든 사제가 그 소명을 충실히 살아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