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원 아이들과 주한 외국 대사 가족의 특별한 인연

(가톨릭평화신문)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일곱살 두 소녀가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가 주례하는 유아 세례 예식에 참여하고 있다.


복지시설서 엄마처럼 봉사해온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부인
일곱 살 두 소녀 대부모 서
두 아들 첫영성체도 함께 거행



“여러분은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까?”

“예, 믿습니다!”

6월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임시 주한 교황대사관 경당. 빨간 저고리와 녹색 저고리에 노란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일곱 살 두 소녀가 고사리손을 모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소녀들 뒤에는 대부모인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페데리코 알베르토 꾸에요 카밀로씨와 그의 부인 나탈리아 페더리기 데 꾸에요씨가 흐뭇한 미소를 띤 채 서있다. 두 소녀는 아동복지시설 선덕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나탈리아 페더리기씨가 선덕원 아이들의 엄마처럼 봉사로 함께해온 인연<본지 1816호 6월 29일자 21면 보도>으로 대부모까지 서게 됐다. 유아세례 후에는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 부부의 두 아들과 미국 부영사 안드레아 파체코씨 아들의 첫영성체도 함께 거행됐다.

이날 미사와 특별 유아세례를 주례한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는 다섯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하느님은 말씀과 성사를 통해 우리 가운데 계신다”며 “예수님과 특별하게 만나는 오늘 이 순간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나뭇가지를 떠난 나뭇잎 이야기를 들려줬다. 큰 나무에 붙어있던 나뭇잎이 높은 곳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겠다는 바람의 유혹에 이끌려 결국 바람에게 버림받고 길가에 떨어져 죽는 이야기다.

가스파리 대주교는 “이 이야기는 우리가 예수님께 항상 붙어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늘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라”고 인자한 미소로 당부했다. 미사 후에는 선덕원 합창단 아이들이 축가 ‘아름다운 세상’을 선사했다. 한국에 머무는 외국 대사 가족과 이들이 인연을 맺어온 아이들이 모두의 축하 속에 하느님의 자녀가 된 자리였다.

교황대사와 미사를 공동집전한 파비아노 레베쟈니(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교사목부 담당) 신부는 “두 아이들이 유아세례를 통해 하느님을 아버지로, 성모 마리아를 어머니로 선물 받게 되어 기쁘다”며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교회가 부모없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을 더욱 베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선덕원 박진슬(율리안나) 사무국장은 “교황대사님께 특별한 유아세례를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며 “아이들이 신앙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첫영성체를 한 알레한드로 꾸에요 페더리기(9)군은 “오늘 드디어 예수님의 몸을 모셨다”면서 “빵은 맛있었지만, 포도주는 입맛에 안 맞았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미사는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와 파비아노 레베쟈니·이한결(과달루페 외방선교회) 신부, 페르난도 헤이스(주한교황대사관 참사관) 몬시뇰이 공동집전했다. 행사에는 선덕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한국에 주재하는 과테말라·케냐·헝가리·러시아·투르크메니스탄·벨라루스 대사와 부인, 자녀 등 60여 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