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미리내라는 친구

(가톨릭신문)

 


한여름 그믐 밤하늘


수천억 별들 한데 어우러져 어깨를 겯고


은빛 강물결로 넘실대며 흐르네


 


들리는가 별들의 머언 속삭임이


내 잠을 흔들어 깨워 풀벌레 소리에 귀를 세우고


하늘 한 번 땅 한 번 우러르게 했던


그 은하수 보고 싶어 떠난 몽골의 초원


밤 11시, 테를지 국립공원의 밤 별들의 초대에 응했네


 


고흐와 윤동주의 별들이 잠시 얼굴을 내밀다 가고


까마득한 기억의 저편 내 짝꿍이던


경순이, 별들 속에서 유독 손짓하며 반짝이네


두 손 흔들며 맞잡고 어깨동무 한 채


저 강에 하늘 쪽배 띄워 함께 건너도 좋을 그 눈망울 선하네


 


집집의 호롱 불빛이 밤 별빛과 한데 어우러져


시냇물에 비낀 은하수 같다 해서 미리내


용, 미르가 승천해서 살 시내라는 그곳은


은하수의 별명으로 반짝이며 흐르네


 


병오박해 때 순교한 사제 김대건 업고 뛰던 청년 이민식


낮 동안은 남몰래 깊은 숲속에서


으름과 보리수 이파리와 말간 시냇물로 연명하고


밤에는 풀벌레 소리 동무 삼아 일주일을 걷고 또 걸었네


그가 묻힌 안성 미리내성지는


이 고난의 일을 별들은 소곤소곤 쏙닥쏙닥거리며


별 흐르는 강이 환하게 내려오는 음력 사오일은


꺼이꺼이 목 놓아 울어도 좋을 백오십 리의 밤하늘에


눈시울 그렁그렁한 미리내도 함께 흐르네


 


갤럭시폰*을 차고 있으면


미리내의 수많은 정감을 마음에 팔짱 낀 것만 같네


테를지 초원 위로 무수히 쏟아지던 눈빛들


잃어가는 것들 새삼 똥기며 내 가슴에 스며드네


*갤럭시: 은하수


글 _ 방소영 세레나(인천교구 김포 운양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