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나왔습니다.” 카페에 퍼지는 향긋한 커피 내음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그 향기만큼이나,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도 사람들을 이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이 ‘교구청’ 안에도 마련돼 있다.
교구청은 교구장 주교를 보좌해 교구의 행정, 교회법 관련 사법 업무, 사목계획 수립과 실행 등 교구 전반을 담당하는 중심 기구다. 이러한 성격 탓에 교구청은 신자들에게 다소 엄격하고 딱딱한 곳으로 느껴지기 쉽다. 이에 여러 교구에서는 교구청 내에 카페를 마련해, 신자와 주민들이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카페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장애인·이주민·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이 자립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구대교구청 ‘카페 카리타스’(Caritas)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모동굴을 재현한 ‘성모당’을 비롯해 넓은 부지를 갖춘 대구대교구청은 신자들에게는 순례지로, 시민들에게는 산책 명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이 교구청 부지 안에는 방문객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카페 ‘카리타스’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카페 카리타스는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다회용 용기만 사용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매장에서는 유리컵을 사용하며, 포장 시에는 다회용 용기에 보증금을 포함해 제공하고, 빈 용기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카페 한편에서는 제로웨이스트숍 ‘카리타스 라운지’도 함께 운영 중이다.
2017년부터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학산보호작업장에서 운영하는 카페 카리타스는 중증장애인들이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현재 4명의 중증장애인이 근무하고 있고, 그동안 이곳에서 근무하다 자립에 성공한 장애인도 여럿이다. 카페 수익 대부분은 바리스타들의 인건비로 사용되어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로4길 112
- 영업시간: 매일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공휴일 휴무)
대전교구청 ‘대건을 그리다’
카페 ‘대건을 그리다’는 모두에게 열린 교회의 모습을 구현하고자 하는 대전교구청의 비전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이다.
2021년 세종시에 새롭게 들어선 대전교구청은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조화롭게 담은 화려한 외관 속에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을 품고 있다. 교구청 1층에 자리한 전시관과 복합문화공간, 그리고 함께 자리한 카페는 이러한 열린 교구청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 같은 존재다. 세종성요한바오로2세 성당과 교구청, 성모당을 찾는 신자들은 물론,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도 이곳을 편안한 쉼과 만남의 공간으로 즐겨 찾고 있다.
대건을 그리다는 교구청과 함께 설립된 세종성요한바오로2세 본당에서 운영하며, 40여 명의 본당 신자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원두와 드립백 커피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정성껏 담근 수제차 역시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주소: 세종 국책연구원5로 12
- 영업시간: 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 주일 오전 11시~오후 2시
전주교구청 ‘부에나까사''(Buenacasa)
전주교구청 건너편에는 카페 ‘부에나까사’가 있다. 스페인어로 ‘좋은 집’이라는 의미의 이 공간은 전주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한다. 교구청 부지 안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구청을 방문하는 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교구청이 전동성당과 치명자산성지 등 교회 사적지는 물론 지역의 유명 관광지인 전주 한옥마을과도 가까이 있다 보니 부에나까사는 교구청 방문객과 성지순례자만이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음악회나 전시회, 특강 등도 열려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카페 직원들은 이주민 여성들로,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도 힘이 되고 있다.
-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간납로 20
- 영업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9시
인천교구청 ‘카페립(立)’
인천교구청 내에 자리한 ‘카페립(立)’은 청소년들이 자립의 꿈을 키우며 스스로 설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을 담은 공간이다.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카페는 취업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직업훈련을 하고 중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역사회 청소년 기관을 이용하는 만 15부터 24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자립의 꿈을 키워나간다. 현재 3명의 청소년 바리스타가 카페립에서 근무 중이다.
교구청은 교구의 다양한 교육과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이자,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상을 모신 성모당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카페립은 교구청 방문객과 성모당을 찾는 순례자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착한 가격으로 운영되는 점 또한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 주소: 인천 동구 박문로 1 청소년센터 3층(지상층)
- 영업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