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질문하는 신앙’을 존중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교회를 꿈꾼다. 하지만 청년들은 현실 속 교회가 세상과 신앙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들을 봉사자나 마스코트로만 여긴다고 생각하며 교회에서 멀어진다.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 신앙과 일상의 경계에서 떠오르는 질문을 마음껏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질문을 거리낌 없이 던지고 답을 모색하며 교회 안에서 ‘말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해 가는 ‘청설모’(청년들이 설치는 모임)를 대안으로 소개한다.
목소리 내는 청년들
청설모는 오랜 기간 평신도 청년 신학운동에 헌신한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선임연구원이 2024년 5월에 모집한 신학하는 청년 모임, ‘신청모’에서 출발했다. 신청모는 청년들이 신학이라는 학문적 틀을 벗어나 신앙과 이어진 관심사를 자유롭게 나누고 토론하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가운데 몇몇 회원이 “신학을 더욱 삶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더 자주 만나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로 올해 청설모를 결성했고, 2월 첫 모임을 열었다. 이후 청설모는 매달 회원 한 명이 자유 주제를 정해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청설모는 노동과 생태, 정치 비평, 여성주의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 있는 회원들이 소그룹을 구성해 자율적으로 주제를 정하고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늘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는 단체 채팅방에서는 어려운 신학 개념을 함께 풀어가며 교회와 사회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있다. ▲교회 내 성평등과 여성의 역할 문제 ▲청년 세대의 신앙 이탈과 그 배경에 대한 분석 ▲전례와 미사에서 경험하는 소외감 ▲기후위기와 불평등, 젠더폭력 등 사회문제에 교회는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가 ▲청년들이 마주한 노동 불안정성과 영성의 접점 등의 다양한 주제를 시공간의 제약 없이 토론하고 있다.
청설모는 이처럼 만남과 친교를 통해 믿음과 질문을 나누는 신앙 공동체의 성격을 띤다.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청년 회원들은 교회가 전례 중심의 신앙 외에는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회와 단절된 공간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신앙과 사회적 삶을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것인가를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회원 노랑이(별칭, 로사리아)는 “지난겨울 12·3 계엄이 선포됐을 때 교회도 성명을 내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실질적 신앙생활이 펼쳐지는 본당과 청년회 등 기초단위 공동체에서는 언급조차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 속의 분리를 넘어 우리의 선택이 무엇보다 사회 주변부에 속한 이들을 위한 것임을 인식하고, 이를 고유한 신앙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다
청설모는 청년들이 교회에서 느껴온 피로감을 고백하는 공간이자, 그 마음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로 기능하고 있다. 신청모 때부터 회원들은 청년들이 주로 전례 보조나 행사 진행 등 실무 중심 봉사자, 혹은 ‘분위기 메이커’ 역할에 머무르며 신학적 사유나 교회 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돼 왔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청년들을 초대해 경청하는 자리도 종종 있었지만, ‘열심히 이야기했는데 정작 중요한 자리에서는 발언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허탈감이 쌓여 온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청설모는, 단순히 아쉬움을 토로하는 모임을 넘어, 스스로 ‘연구’하고 ‘실천’하며 목소리를 내는 주체적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지난 4월 19일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가 주최한 ‘다시 만날 세계’ 집담회에서도 청설모 회원 3명이 발제자와 논찬자로 나서 여성, 장애인, 이주민, 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 경험을 나눴다.
이들은 신학자 케네스 리치 신부의 「영혼의 친구」를 인용해 “진정한 의미의 우리는 거침없이 경계를 건너 ‘변두리’로 나아가는 것, 그로써 서로 기댈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할 때 형성된다”고 입을 모았다.
회원 주황이(별칭, 루치아)는 “청년들이 교회에서 단지 봉사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사회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행동하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상징적 선언으로 청설모를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