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돋보기] ‘착한 목자’ 유경촌 주교
(가톨릭평화신문)
“유경촌 주교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18일 장례미사를 마친 뒤, 수천 명이 운구차를 향해 머리 숙여 인사하는 광경에 가슴이 뭉클했다. 함께 주교품을 받은 ‘동기’ 정순택 대주교와 두 주교의 서품식을 주례한 염수정 추기경이 있어서 더 그랬다.
뙤약볕에서 2시간 넘게 기다린 신자들은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 다른 한 손을 열심히 흔들어 고인을 배웅했다. 운구차가 잠시 멈추자 일부는 창문에 손을 갖다 대고 눈을 감은 채 유 주교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이들의 사뭇 진지한 표정을 보고 느꼈다. 유경촌 주교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은 목자였는지를.
유 주교를 처음 본 때는 신입이었던 2018년 9월 16일. 명동대성당 일대에서 진행한 ‘한일 탈핵 평화 순례’에서였다. 그는 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로서 함께했다.
취재 현장에서 ‘주교’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영화나 만화 탓인지 주교는 ‘권위적인 교회 어른’일 것 같았다. 그런데 유 주교가 보여준 모습은 전혀 달랐다. 언행 하나하나에서 겸손과 소박함이 묻어나왔다. 젊은 학생처럼 눈을 반짝이며 탈핵 관련 간담회와 토론 내용을 경청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윤리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땄고, 일찍이 ‘창조질서 보전’에 주목했단 사실을 안 건 한참 뒤였다.
그날 유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탈핵 순례를 ‘순교자의 길’에 비유하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 시대, 무엇이 올바른 길이고 진리인가, 무엇이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인가를 묵상하고 되새기는 여정이라는 본질에서 서로 같다고 봅니다.”
유 주교의 사목 여정 역시 이와 닮았다. 사제로서 33년, 주교로 11년. 그동안 무엇이 올바른 길과 진리이고,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인지 늘 묵상하고 되새겼을 테니 말이다. 이런 유 주교가 성모 승천 대축일 하느님 품에 안긴 건 우연일까. 그의 선종이 남다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