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국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인류는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포럼에 참석한 이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OSV
제9장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전개1. 소통하는 법 배우기(2)
남녀 간의 성관계도 진실한 소통 없이는 이내 시들해지고 불만족스러워지며 정서적으로 충만하지 않습니다. 충분한 소통과 정서적 유대 없이 성급하게 행하여지는 혼전 성관계는 두 사람의 관계를 깊게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공허감에 빠지게 합니다. 부부 사이에도 성생활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성생활에 대한 불만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예도 많습니다. 성에 대하여 배우자와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태도가 부부 관계에 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소통 방식도 중요한데, 소통에 사용되는 어휘나 어조, 시간과 장소도 중요하고 말에 담긴 감정도 호소력이 있되 흥분이나 분노는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타인의 정서적 욕구에 적절히 응답하는 것도 중요한데, 상대가 분노와 고통을 표현하는데도 무관심이나 침묵으로 대응한다면 상대방은 더욱 상처를 받게 됩니다.
효과적인 소통 방식으로 주어가 ‘나/우리’로 시작하는 ‘나 전달법’이 있습니다. ‘너/당신’으로 시작하는 말은 보통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으로 느끼게 하여 방어적으로 대응하게 합니다. 그러나 ‘나’로 시작하는 말은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상대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당신이 하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존재가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라는 식입니다. ‘나’로 시작하는 말은 덜 위협적이고 상대방이 내 메시지에 더 집중하게 합니다. 반면에 ‘너’로 시작하는 말은 상대방에게 반박이나 변명거리를 찾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나 전달법’은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남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 자존감과 자기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이때 상대방의 동의 여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알고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소통법은 남을 변화시키기보다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함으로써 상대가 나를 이해하는 데 영향을 주고, 타인과 맺는 관계가 변화되도록 노력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자신과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곧 내 생각과 태도와 욕구, 감정, 특히 기억 에 남아있는 과거의 상처와 기쁨을 잘 알고 있어야 타인과 소통하기 쉽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화된 부정적 메시지들, “나는 못 해!”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와 같은 사고는 무력감에 빠지게 하고 자존감을 낮출 수 있습니다. 가까운 친구나 상담자에게 자신을 열어 보이고 적절한 도움을 받아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바꾸고,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 자기를 긍정하는 사고를 키워야 합니다.
함께 나누어 봅시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느낀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상대방과 대화하는 방식에서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공감해 주기보다 자기 생각과 경험만을 전달하려고 하지는 않았나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또는 ‘잘 아시겠지만’이라는 말, 많이 들으며 삽니다. 이 표현은 대화하는 상대방의 이목을 끄는 역할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존중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이렇듯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기초하여야 합니다. 존중을 담은 소통법은 남을 변화시키기보다 내 생각과 감정을 정중히 전달함으로써 상대가 나를 이해하는 데 영향을 주고, 내 삶에서 타인과 맺는 관계가 변화되도록 돕습니다.
사랑하는 상대, 가까운 이들에게 존중받고 싶은 욕구는 너무나 당연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 존중을 일방적으로 받고 싶어 하기만 한다면, 의사소통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어느 날 결혼을 앞둔 젊은 연인들에게 한 사제가 당부한 것이 있습니다. “내가 받고 싶은 대우를 상대에게 먼저 해주세요.” 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충분한 소통과 이를 통해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감은 인간 관계를 더욱 성숙하게 하고, 나아가 우리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