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입소자들이 승합차에 타고 있다. 2008년식으로, 18년 된 낡은 차량이다. 차량 하체와 문짝 주변이 심하게 녹슬었고, 배기관 주변 부식도 심해 운행이 어려운 상태다.
후원 받으려면 스티커 붙여야하지만
입소자들 안전 우려돼 후원도 포기
제주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은 가정폭력 피해자와 동반 아동이 안전하게 생활하며 회복과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기관명과 위치를 밝힐 순 없지만, 현재 이곳에는 남편이나 동거인, 부모와 형제자매 등 가족에 의해 폭력을 당한 여성과 동반 아동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으로 겨우 피신해 생활하는 이들에겐 여러 형태의 보호가 필요하다. 병원 진료,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 참여, 법원·경찰 등 기관 방문, 아동의 등하교 지원, 긴급 보호이동 등 일상 유지와 회복을 위한 외부 이동이 필수다.
하지만 이들이 시설 밖으로 나갈 때마다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입과 코를 가리는 마스크 착용은 물론, 모자를 깊게 눌러쓰거나 가발을 쓴 채 외출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가해자와 마주치는 걸 피하기 위해 가능한 한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입소자들에게 언제 가해질지 모르는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다. 통상 가정폭력은 가까운 관계 안에서 발생한다. 그렇기에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상세히 아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고 있으며, 큰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보호시설 관계자들은 입소자들의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가해자들이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보호시설을 찾아오거나 접근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소자들의 휴대전화 사용도 제한하고, 외부 이동 시엔 꼭 차량을 이용하도록 한다.
하지만 시설 운영자들이 최근 큰 고민에 빠졌다. 시설에서 사용해온 승합차가 더 이상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다. 차량 정비업체는 “차량이 너무 낡아 더 이상 수리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2018년에 어렵게 구입한 차량인데, 이마저도 애초 10년 된 중고를 8년 더 탄 것이다. 무려 18년이나 된 차량이다.
이미 차량 하체는 부식돼 배기관이 너덜너덜하고 문짝 철판도 곳곳이 녹슬었다. 시설이 제주도 해안가 인근에 위치해 염분으로 인한 부식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언제 차가 주저앉을지 모르는 채 매일 이들을 위해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새 차량 구입을 위해 차량 후원 및 지원을 받는 것도 고민했지만, 외부 기관 지원을 받기 위해 후원 스티커를 부착하면 시설 차량임이 노출될 위험이 있어 그마저도 포기했다.
시설 측은 “입소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영하고 있어 지원을 받는 데에도 이렇게 한계가 따르고, 그래서 차량을 구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입소자들은 신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자유로운 외출조차 어려워 안전한 이동수단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 여성들과 아이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고 새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차량 지원이 절실하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후견인 전순남 수녀(정혜 엘리사벳, 제주가톨릭사회복지회)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은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난 여성과 아이들이 새 삶을 시작하는 마지막 안전망입니다. 폭력의 기억 속에 숨어지내야만 하는 이들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록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나눔을 부탁합니다.”
성금계좌 (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제주 보호시설에 도움을 주실 독자는 5일부터 11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3)에게 문의 바랍니다.